[오늘도 뛴다-종목별 최고령 선수들] ① 프로야구 최동수 (LG 트윈스)

입력 2013-01-07 19:05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동료들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은퇴는 언제 할 거냐”는 말을 들은 지도 꽤 오래 됐다. ‘이제 현역 생활을 접어야 하나?’ 흔들릴 때도 많았다. 그들을 붙잡은 건 ‘행복’이란 단어다. “아직 뛸 수 있어 행복하다. 지쳐 쓰러져도 행복하다.” 각 종목별 스포츠 최고참 선수들의 계사년(癸巳年) 꿈이 뭔지 시리즈로 살펴본다.

목표는 3할타… 세월실은 스윙 두고보라

“부족한 재능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최동수(LG)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전 팀에서 실시한 체력 테스트(4㎞ 달리기)를 받은 뒤였다. “가볍게 통과해 사이판으로 전지훈련을 가게 됐습니다.” 그는 환한 얼굴로 말했다. LG 선수단은 20일 사이판으로 출국해 캠프를 차리고 새 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들어간다.

1971년 9월생인 최동수는 올해로 마흔두 살이다. 어느새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 타자가 됐다. 올해 정규리그 경기에 나서면 양준혁(44) SBS 해설위원이 가지고 있는 국내 선수 최고령 타자 출장 기록(41세 3개월 24일)을 뛰어넘는다. 올해는 프로 데뷔 20주년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 현역으로 뛸지 나도 몰랐습니다.” 최동수는 장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살아남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으니 노력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죠.”

본인의 말대로 최동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선수가 아니다. 그는 1994년 2차 4순위로 LG에 입단했다. 포수로 입단했지만 LG의 포수 자리엔 김동수(넥센 코치)와 김정민(LG 코치)이 버티고 있었다. 그는 출전 기회를 더 많이 잡기 위해 포지션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평범한 타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백업 요원에 불과했다. 그렇게 20대가 허무하게 흘러갔다. “제가 야구에 눈을 뜬 건 30대부터였어요. ‘최고가 되지 못한다면 최선이라도 다하자’ 이런 심정으로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운동만 했습니다.”

최동수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만나면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01년 김성근 감독님께서 LG 2군 감독으로 오셨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훈련이 너무 힘들어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무서울 정도였죠.” 최동수는 김 감독이 LG를 지휘하던 2002년 포스트 시즌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자기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36세였던 2007년엔 데뷔 후 첫 3할(0.306)을 넘기기도 했다. 그는 2010 시즌 도중 4대3 트레이드에 묶여 SK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이젠 쓸모없는 선수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 트레이드가 전화위복이 됐죠. 김성근 감독님을 다시 만나 흐트러진 제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SK에서 최동수가 2011 시즌 타율 0.304를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하자 친정팀 LG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최동수는 지난 시즌 내야수로 활약하며 94경기에 나서 타율 0.278, 70안타, 37타점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최동수는 이번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목표로 잡았다.

최동수는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건전한 생활 덕분에 롱런하고 있다. 메이저리거 못지않은 체구(100㎏)를 자랑하는 그는 두주불사일 것 같지만 술을 마시지 못한다. 주량은 맥주 반잔이다. 술을 안 마시기 때문일까? 최동수는 눈이 아주 좋다. 양쪽 시력이 1.5다. 눈이 좋으니 공을 잘 볼 수 있다. 최동수는 서른 중반을 넘기면서 오히려 직구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아날로그형 인간’이라고 했다. “인터넷보다 종이 신문을 더 좋아해요. 온라인 게임이나 드라마 같은 것에도 취미가 없어요. 남들은 따분하게 산다고 하겠지만 전 이런 생활이 더 좋습니다.”

최동수는 올해 어깨가 더 무겁다. 아들 태혁(3)군의 동생이 올 8월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둘째도 태어나니 더 열심히 뛰어야죠.”

◇ 프로필

-생년월일=1971년 9월11일

-신체조건=1m86, 100㎏

-출신교=봉천초-강남중-광영고-중앙대

-프로 입단=1994년 2차 지명 4순위 LG

-가족관계=아내 김보경씨, 아들 태혁

-통산 성적=1291경기 출장, 타율 0.268, 90홈런, 502타점, 894안타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