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이후’ 대비하는 베네수엘라… 업적 홍보 우상화작업 진행
입력 2013-01-07 19:01
2011년 11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31년까지 집권할 것”이라고 말해 반대파를 놀라게 한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신은 그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 연임 제한을 규정한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장기집권의 기반을 닦았지만 병마는 물러갔다 나타났다 하면서 기어이 그의 건강을 빼앗았다.
차베스가 네 번째 암 수술을 받기 위해 쿠바로 떠난 지 한 달, 베네수엘라는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차베스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상화 작업이다. AFP통신은 베네수엘라에서 ‘신화’ 만들기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차베스의 생애를 미화한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영상이 국영 방송사를 통해 연일 전국에 방송되고 있다. 차베스야말로 제국주의와의 전투에 평생을 바친 영웅이라는 식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차베스가 필생의 과업으로 내건 ‘21세기 사회주의’를 완수키 위한 연합사회주의당(PSUV)의 재집권이 필요하다는 논리로도 연결된다.
차베스의 최측근들 간 암투도 달아오르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암투설의 당사자는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과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이다. 야당 국회의원 줄리오 보르헤스는 “두 사람이 차베스가 병상에 누운 이후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을 의식한 카베요는 5일 군중 앞에서 “이리 오게, 형제여”라고 말하며 마두로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신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잠룡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야권의 젊은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다.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차베스가 지목한 후계자인 마두로 부통령과 카프릴레스가 맞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취임 초반의 대통령이 유고할 경우 30일 내 재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권은 “10일로 예정된 취임식에 차베스가 참석하지 못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차베스의 회복을 기다려 취임식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모양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