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중동 금융 실크로드 뚫자” 民·政·官 뛴다… 금감원·은행聯 등 협력추진단 현지서 순회 설명회
입력 2013-01-07 18:55
한국과 중동을 잇는 ‘금융 실크로드’가 열린다. 국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대규모 ‘카라반(隊商)’을 꾸리고 처음으로 중동 개척에 나섰다. 오일머니로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와 금융업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전략이다.
1970년대 ‘중동 붐’을 타고 건설업을 중심으로 열렸던 실크로드는 그동안 제조업에만 쏠린 반쪽짜리 길이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고유가로 중동국가에 오일머니가 넘쳐나고 있지만 금융업 진출이나 투자자금 교류는 사실상 막혀있다.
금융감독원은 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이 현지 금융관계자 100여명을 초청해 한국금융 설명회(IR)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추진단의 단장은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이 맡았다.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정책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주요 금융회사 등 민정관(民政官) 20여곳이 참여했다.
추진단은 15일까지 UAE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국을 방문한다. 이 기간 현지 왕족은 물론 국회, 정부, 금융감독기관, 금융회사, 국부펀드 등 관계자들과 만나 고위급 네트워크를 쌓을 계획이다.
또 국내 중소기업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0일 아부다비 상공회의소와 한국 중소기업 전용 공단을 조성하기 위한 상호협력 MOU를 맺는다. 정책금융공사는 현지 국부펀드와 공동으로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전용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 해저유전개발·선박건조 등 해양금융과 관련된 공동펀드 조성 등도 협의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외환은행, 신한은행도 금융협력 관계를 맺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10일 아부다비에서 사무소 개소식을 한다.
‘금융 실크로드’ 개척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이 아닌 증동에서 성장 동력을 찾자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오일머니를 국내로 끌어들여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실물 투자까지 연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내 중소기업과 금융회사가 함께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중동은 고유가를 등에 업고 최근 10년간 연평균 5∼6%에 이르는 눈부신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걸프만협력회의(GCC)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 6.9%, 지난해 5.5%(추정치)에 달한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금융업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GCC 국가의 상업은행 자산규모는 2004년 3447억 달러에서 2010년 9395억 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추진단 관계자는 “민정관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중동 최초의 금융협력 사업”이라며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을 돌파하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