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대통령 취임식
입력 2013-01-07 18:5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첫 번째 취임 선서를 하면서 링컨 성경을 사용했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1년 취임식 때 쓴 성경이다.
이 성경은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1853년 간행한 킹 제임스 판본이다. 하지만 이 성경은 원래 링컨이 쓰던 게 아니었다. 링컨은 암살 위협이 있다는 첩보에 따라 볼티모어에서 일정을 급히 변경했기 때문에 그가 개인적으로 쓰던 성경은 다른 이삿짐과 함께 미처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취임 선서에는 당시 연방대법원 서기가 임의로 마련한 성경이 쓰였다.
미 대통령이 성경에 한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관행은 헌법 규정에 따른 것은 아니다. 존 애덤스와 프랭클린 피어스는 법전을 놓고 선서했다. 그러나 미 대통령 당선자들은 대체로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전례에 따라 성경 앞에서 선서를 했다. 1789년 4월 30일 첫 미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뉴욕 페더럴홀에 모인 1차 대륙회의 구성원들은 성경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가까운 프리메이슨 지부에서 성경을 가져왔다. 워싱턴의 취임 선서는 이 성경 창세기 49장과 50장을 펼친 가운데 이뤄졌다.
미 대통령들은 대체로 개인적 신앙 이력이 담긴 성경을 선서에 사용하지만 유서 깊은 조지 워싱턴 성경을 쓰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1921년 워런 하딩,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이 성경을 선서에 썼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웨스트포인트에서 자신이 쓰던 성경과 워싱턴 성경을 함께 사용했다. 1989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는 워싱턴 성경과 가족 성경이 동시에 쓰였다. 아들 부시도 초대 대통령 성경을 쓰려고 뉴욕에서 옮겨왔으나 악천후로 인한 훼손 우려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상 처음 링컨 성경을 취임 선서에 쓴 것은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취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 주제도 1863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따왔다. 링컨 성경은 당시 대량으로 출판됐기 때문에 가격이 30∼40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성경이 역사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은 링컨이 재임 중 흑인노예 해방의 신기원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김진선 제18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을 국민대통합과 첫 여성대통령, 민생대통령의 콘셉트로 검소하게 치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식이 의미있게 치러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취임 정신을 임기 중에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