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Birches(자작나무)

입력 2013-01-07 18:54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

I'd like to go by climbing a birch tree,

And climb black branches up a snow-white trunk

Toward heaven, till the tree could bear no more,

But dipped its top and set me down again.

That would be good both going and coming back.

One could do worse than be a swinger of branches.

Robert Frost(1874~1963)

세상은 사랑하며 살기 좋은 곳

나는 그보다 더 좋은 곳을 알지 못한다.

내 다시 자작나무에 오르고 싶다

검은 줄기를 타고 설백(雪白)의 가지 끝까지

하늘을 향해, 나뭇가지가 더 지탱할 수 없을 때까지

거기서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내려오느니

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일까.

나무 그네를 타는 사람보다 못한 삶을 살기 십상이리라.


60여행에 이르는 ‘자작나무’의 마지막 8행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미국에서 가장 순수하고 고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동양의 시성(詩聖)으로 추앙받는 중국의 두보(杜甫·712∼770)가 떠오른다.

시인이 어릴 적 나뭇가지를 타고 놀던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간다. 그의 명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과는 반대로 그는 어린 시절의 길에 돌아왔다. 떠나는 삶은 얼마나 설레는가. 돌아오는 삶은 얼마나 정다운가. 소년들은 가지를 타고 하늘 끝까지 솟구치며 논다. 청년들은 그 길을 떠나고, 장년들은 그 길에 다시 돌아온다. 세상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곳. 이 세상이 사랑의 최적지라는 노시인의 깨달음이 시를 숭고하게 만든다.

마지막 행을 이렇게 고치고 싶다. ‘누구도 나무 그네를 타는 사람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없으리라.’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