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방지책 마련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입력 2013-01-07 18:41
기존 대책 점검해 실질적인 방안 마련하길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조성민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을 유지해온 것이 무려 8년째인데도 관련 당국은 소 닭 보듯 먼 산만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살은 사회적 요인보다는 개인적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논리나 펴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자살률은 정신병이나 신경쇠약증 같은 개인적 요소보다는 사회통합의 수준과 유형에 관련돼 있다는 것이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의 연구결과다. 그의 연구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혼율이 높거나 사생아의 숫자가 많아 사회해체 수준이 높은 지역의 자살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즉, 자살에 관한 한 이미 개인의 손을 떠나 전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관련 부처나 단체의 자살 방지 캠페인과 예방교육은 도대체 뚜렷한 성과가 없이 해마다 치욕스런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출산장려 대책에 버금가는 근본적인 조치가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선진국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살방지 유관단체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변변한 정부 지원 없이도 자체 강사를 양성해 자살예방캠페인을 벌인 것은 물론 24시간 상담전화를 개설해 사전에 불상사를 막는 노력을 해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투신자살사건이 잦은 다리난간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경구를 적어놓기도 했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대증적 요법을 떠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과학계가 이룬 자살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살의 원인에 우울증뿐 아니라 수면이나 학습장애 등도 포함될 수 있으며, 자살 징후를 미리 파악해 예방할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경찰청 통계와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를 보면 음주상태에서 자살 시도자와 자살 사망자는 40% 이상인 것으로 집계돼 술도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이 같은 과학적인 연구 성과물을 모두 축적해 캠페인이나 예방 위주의 소극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자살방지 사업에 국가예산을 대폭 투입하든지 관련연구 분야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자살방지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살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사회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본인 책임이 제일 크긴 하겠지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법을 찾는다면 반드시 해결책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