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닷새 만에 끝난 여야 밀월
입력 2013-01-07 18:39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0일도 되지 않았으나 여야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4일 오후 극우 칼럼니스트 윤창중씨를 대변인에 임명하자 민주통합당이 ‘윤창중 수석대변인? 허니문은 끝났다’는 논평을 낸 이후부터 2주일째 여야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에도 “최근 박 당선인과 집권세력이 허니문을 깨고 또 다른 길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이나 새 대통령 취임 초 여야 사이에 밀월 기간을 갖는 관행이 이번에는 대선 이후 닷새만 유지된 셈이다.
민주당이 문제 삼는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윤창중 대변인에게는 ‘막국수 인사(막말이 애국인 줄 아는 보수 인사’란 표현까지 동원해 연일 사퇴 압력을 넣고 있다.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협의해 결정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친일과 매국 그리고 보은인사의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알펜시아리조트 건설사업 부실의 책임자를 기용했다고 유감을 표시했으며 인수위의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위 간사와 박효종 정무분과위 간사의 임명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빌미는 박 당선인이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운동기간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해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한 행사에서 “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에 모두가 동참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인사 때문에 첫 단추부터 꼬이더니 뒤이은 인사에서도 잡음을 일으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등 박 당선인이 향후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할 사안은 적지 않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 측은 자세를 더 낮춰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야당을 자극하는 일은 피해야 마땅하다.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위해 국가지도자연석회의를 추진 중이어서 더욱 그렇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여 강공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선 패배로 인한 내부의 분열을 추스르기 위해 박 당선인의 인사권 행사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특정 진영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집권세력 행태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행여 투쟁을 통해 선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이 또한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