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 시작] 도마에 오른 MB정책… ‘옥석 가리기’ 나섰다
입력 2013-01-07 19:31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성격을 기존 정책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의사’로 규정했다. ‘새로운 약(정책)’을 개발해 발표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 당선인의 당부에 따라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서 옥석을 가리는 진단 작업에 들어갔다.
박 당선인은 7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2차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환자의 병을 치료할 때도 아무리 좋은 약이 개발돼 있고 좋은 기구가 발달돼 있다고 해도 어떤 것이 문제가 있는지 진단이 잘못되면 헛구호가 되지 않겠느냐”며 “최고 가치인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해법을 인수위에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단과 해법, 이 두 과제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인수위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인수위는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당시 정부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큰 수술’을 단행하고는 했다. 특히 5년 전 정권교체 뒤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 정책 기조를 뒤엎고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수준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주문은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현 정부와의 의도적 차별화나 개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명백하게 잘못된 정책은 폐기하겠지만 가능하면 큰 틀 안에서 수정하는 작업에 집중해 달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 인수위는 철저하게 정치적 관점은 배제하고 정책적 시각으로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을 나름대로 보장받았다. 박 당선인이 승리한 지난 대선 결과는 정권재창출을 이룬 경우이고 인수위원은 정책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성공했다고 분석되거나 필요한 정책은 보완해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안전성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 보급 비율을 늘리는 식이다. 반값 대학 등록금 공약은 기존 정책에서 적용 대상과 지원금액 비율을 확대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대북 정책은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굳건한 안보’를 우선적으로 내세우면서 대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이명박 정부는 민생에 실패했다”고 단언했던 만큼 민생에 관계된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메스’를 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親)대기업·성장 위주 정책과는 다르게 당선인은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내놓고 경제민주화 실현과 서민경제 보호를 약속했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현 정부의 대표적 국정실패 사례로 지적되는 인사정책에 대해서도 기회균등위원회 신설을 통해 전문성과 중립성을 꾀하는 등 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