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베이비부머는 까다롭다
입력 2013-01-07 18:41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각오이자 새 정부의 목표다. 어두운 경제전망 속 폭설과 강추위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마음을 그나마 다독이는 구호가 아닌가 한다.
은근히 걱정스럽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길 원하지만,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다루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니 얼마나 기대가 크고, 얼마나 많은 요구가 분출할까. 그로 인한 갈등은 또 어떨까.
박 당선인 탄생은 50대 유권자들의 ‘결단’에 힘입은 바가 크다. 50대 유권자 777만여명은 투표율 89.9%를 기록하며 표 62.5%를 박 당선인에게 던졌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200만표 이상 따돌리는 득표 상황을 만들었다.
새 정부는 안정을 실현해야
50대는 변화에 따른 피로감보다 실용적인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정감도 주요 행복조건의 하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젊은 세대를 지원하고 지탱하는 50대 부모를 먼저 지원해야 마땅하다는 ‘보은(報恩)’ 논리가 있을 법하다. 박 당선인이 ‘중산층 복원’이라는 대선공약을 내세웠던 것과도 궤(軌)가 다르지 않다.
5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이기도 하다. 이 세대는 6·25전쟁 이후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일컫는다. 다루기 쉽지 않은 독특한 이 세대의 건강상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재정 운용이 달라지고, 이 세대의 은퇴 시기와 방법에 국민연금 재정이 휘청거린다. 10년 뒤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시대를 맞게 하는 세대다.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험과 특성은 매우 복잡하다. 이 땅의 산업화 초기에 궁핍을 겪었고, 부모의 교육열과 사회격변 속에 계층상승을 경험했다. 경제성장,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의 폭압을 경험해 1987년 6월 항쟁 때 ‘넥타이 부대’로 민주화를 견인했다. 40대 때 대선에서 국민의정부·참여정부를 탄생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18대 대선에선 50대로서 박근혜 정권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힘을 보탰다.
지금 베이비부머 세대 삶은 어떤가.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나 영세 자영업자로 속속 편입하고, 자녀들과 함께 일자리를 찾는 형편이다. 대부분은 가장으로서 자녀 학자금과 결혼자금, 가계대출로 빚더미에 앉아 있다. 소득이 계속 줄어 하우스푸어(House Poor) 혹은 렌트푸어(Rent Poor)가 되면서 중산층의 자신감마저 허물어지는 현실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6·25전쟁 이후 ‘놀고 즐길 줄 몰랐던 세대’여서 여가도 즐기지 못하는 세대로 분석했다. 취약한 보육환경에 희생이 돼 손자손녀를 맡아 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통계청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약 712만명이고, 이들 중 기혼여성 평균 출생아 수가 2.04명이었다. 이 세대 515만 가구 중 54.2%가 자녀와 동거하고 있었다. 그들이 꾸린 가정 구성원 수는 어림잡아 2000만명은 되지 않을까.
에코부머에도 긍정적 영향
새 정부는 또다시 민생(民生)과 통합(統合)을 과제로 출발한다. 이 문제를 50대를 중심으로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반값 등록금, 청년실업 등등 그들 자녀의 문제도 우리 사회 현안들이다. 50대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 2세들인 20∼30대 에코부머 세대의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0대를 건강하게 견인하는 베이비부머 국가위원회 하나쯤 발족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주고 상대적 박탈감, 특히 빈곤감을 완화하는 조치들로 덜 분노하고 덜 불행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국민이 행복해하는 시대에 접근하는 게 아닐까 한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