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에 지친 환자들 따뜻한 음악으로 위로… 선율이 흐르는 건국대병원

입력 2013-01-07 17:40


지난해 12월 31일 점심시간 무렵 건국대병원 로비 앞쪽이 분주했다. 잠시 후 5명의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숨을 고르더니 연주를 시작했고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 해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선율이 병원 로비에 흘렀다.

이날 연주팀은 피아노 임유진양과 어머니 조성금씨 그리고 함께 음악을 하는 동료 연주자들로 구성된 ‘진앙상블’로 6년 전인 2006년 10월 피아노 연주자 임양이 먼저 건국대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임양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였다. 그러나 임양이 그 무대에 서기까지는 어머니 조성금씨의 피나는 헌신과 노력이 숨어 있었다. 다운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임양에게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는 피아노를 가르쳤다. 장애를 가진 어린 딸을 피아노 학원에 맡길 수 없어 자신이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워 딸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딸이 어느새 어머니를 훌쩍 넘어섰다. 임양이 고3이던 그 해 어머니 조씨는 딸의 독주회를 준비하던 중 스트레스성 위장병 치료를 위해 건국대병원을 방문했다가 로비에 놓여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고 연주 봉사를 신청했다.

임양은 그렇게 사회로 발을 들여 놓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정식으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러면서도 건국대병원에서의 정기 연주는 빠지지 않았다. 임양은 이제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더불어 연주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이 역시 어머니 조씨의 작품이다. 지난 6년 동안 조씨는 딸과의 협연을 위해 따로 바이올린을 배웠고 ‘진앙상블’을 조직해 한 달에 한 번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건국대병원에서 연주 자원봉사를 한 연주자는 모두 1127명이다. 2005년 9월 연주를 시작으로 1630회의 연주회가 열렸다. 연주 자원봉사에는 유치원에서 이제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 음악을 전공하기 시작한 고등학생, 국내외 음악 콩쿠르에서 입상 경험이 있는 젊은 음악가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중견 음악가까지 다양한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매일 병원의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과 이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음악을 선물하고 있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병원에서의 연주 자원봉사는 재능기부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치료의 한 부분이 됐다”며 “힘들고 어려울 법도 한 연주봉사에 늘 기쁜 마음으로 임해 주시는 연주자분들께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