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료의향서는 환자 자기 결정권”… 심폐소생·인공호흡 생명연장, 환자 중단의지 존중해줄 필요
입력 2013-01-07 17:34
“나는 맑은 정신을 가진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뜻에 따라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합니다. 나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돼 치료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제시할 수 없게 되면 담당 의료진과 가족들은 사전의료의향서에 기록된 나의 뜻을 존중해 주길 바랍니다.”
이 문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기에 앞서 자신의 의지대로 치료를 선택하고 이를 거절하거나 중지할 수 있는 사전의료의향서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건강이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한 연명치료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증가시키고 죽음의 과정을 무의미하게 연장하고 있을 때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인공호흡기, 강심제 투여, 통증조절 등을 내 의지대로 미리 정하는 것이 사전의료의향서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하고, 평소 자신의 가치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대리인으로 정하면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됐을 때 대리인이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일학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사진)는 “사전의료의향서는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치료가 의미 없는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고, 치료 과정의 고통에서 벗어나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의 연명치료에 대해 환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의료진과 가족은 환자의 뜻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치료의 과정을 감당하는 것은 환자 본인이기 때문에 환자의 선택을 따르고 이해하는 것이 의료진과 가족의 역할이다.
이 교수는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의 첫 단추로, 나의 가치관에 따라 죽음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자기 결정권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살 수 있는 기간이 1주일뿐이라면 병실에 누워 보내는 것보다 주변을 정리하면서 보내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이 될 수 있다”면서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에 대해 솔직해지는 과정이며, 죽음을 준비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누릴 삶의 가치를 환자 스스로 정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