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올림픽 V2 감 잡았어요”… 종합점수 210.77, 완벽 연기로 팬 성원 보답
입력 2013-01-06 20:05
4분 동안 펼쳐진 ‘피겨여왕’의 연기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3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고 기록(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를 다시 보는 듯했다. 4000여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그의 연기에 매료됐고 열광했다. ‘피겨여왕’ 김연아(23·고려대)가 위엄을 과시하며 7년만의 국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연아는 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제67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여자 싱글에서 종합점수 210.77점으로 가볍게 우승했다. 161.88점으로 2위를 차지한 박소연(15·강일중)보다 무려 48.89점이나 높은 점수다.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한 김연아는 오는 3월 10∼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도 함께 손에 넣었다.
국내 대회인 만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이날 김연아의 점수는 자신의 역대 두 번째 기록인 2009년 그랑프리 1차 대회(210.03점)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또 국내 대회에서 사상 처음 200점을 넘긴 기록도 세웠다. 다소 후한 점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에게만 관심이 집중된 부담스러운 상황을 이겨내고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칭찬받을만 하다는 평가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4.97점을 받아 선두로 나선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0.79점과 예술점수(PCS) 75.01점으로 합계 145.80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전날처럼 웜업 시간에 점프 연습 도중 넘어지기도 했으나 본경기에선 일말의 불안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연기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OST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번째 과제를 가볍게 수행했다. 바로 전날 시도하지 못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다. 또한 지난달 독일NRW트로피 당시 실패했던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깨끗하게 해내는 등 점프에서 대부분 가선점을 받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스핀과 스텝 시퀀스에서 거의 최고 등급을 받으며 NRW트로피 당시 아쉬웠던 부분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김연아의 연기에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환성, 선물 세례로 답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최종 목표로 복귀한 김연아는 NRW트로피에 이어 종합선수권대회까지 우승하며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두 대회를 통해 실전감각을 회복한 것은 물론 위기관리 능력까지 더한 김연아는 이제 자신은 물론 후배들의 올림픽 출전권까지 걸려 있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수가 혼자 출전한 국가의 경우 3∼10위권이면 2장의 올림픽 출전권, 1∼2위권이면 3장의 출전권을 부여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일본), 애슐리 와그너(미국),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 등 경쟁자들과의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경기에는 일본 언론들이 대거 몰려들어 동갑내기 맞수 김연아-아사다의 2년만의 재대결을 집중 조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