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좌파의 대변신… 급진 사회주의 접고 중도파 포용

입력 2013-01-06 20:03

19세기 후반 카를 마르크스 시대 때부터 시작된 사회민주당(SDP)의 지난 100여년은 고단한 좌파 극단주의 배제의 역사였다. 계급혁명과 생산수단 국유화라는 정통 사회주의 노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한 정당이지만 지금은 이를 완전히 포기했다. 그럼에도 SDP는 여전히 서구에서 가장 큰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좌파세력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SDP가 극좌 정치세력에서 온건좌파로 변신하게 된 데에는 1959년 채택된 ‘바트 고데스베르크 강령’과 1999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제3의 길’ 선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바트 고데스베르크시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시 채택된 강령은 SDP가 사회주의 정당에서 실용주의적 국민정당으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이전까지 SDP는 서독 체제에서도 여전히 ‘마르크스 유산’을 강령으로 고집했다. 노동자 계층과 각 기업 노조를 주요지지 세력으로 하는 정당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파 기독교민주연합(CDU)에 연속 패배해 15년 이상 집권에 실패하자 “중산층을 도외시해선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이른다. 수천명의 대의원들이 집단토론을 벌인 끝에 계획경제, 계급 불평등 같은 사회주의 개념은 모두 배제됐다. 대신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재분배를 통한 자본의 사회화 등이 채택됐다. 토론은커녕 미리 정해진 식순대로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우리 정당들의 전당대회와 전혀 다른 선진적 정치문화가 이미 50년대부터 정착된 셈이다. 강령 채택 10년 후 SDP는 처음으로 총선에서 승리했고 1982년까지 11년간 집권했다.

제3의 길 선언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SDP가 추구했던 독일식 복지천국이 엄청난 국가재정 부담을 가져왔고, 국가 전체가 파산 직전에 내몰리게 됐다는 반성이 담겼다. 노조는 근로시간과 임금을, 기업은 해고를 줄이는 ‘자본-노동 대타협’을 이룩하는 토대를 제공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