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채권시장 7320조 거래 ‘돈잔치’
입력 2013-01-06 19:55
지난해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주식 거래액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은 7000조원 이상 거래되며 사상 최대 돈잔치를 벌였다. 원리금이 외국 돈으로 지급되는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액도 4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6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 거래대금은 7320조원으로 집계됐다. 7000조원을 넘기기는 처음이다. 채권 거래대금은 2002년 2269조원에서 꾸준히 늘어 10년 만에 3배 이상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채권 거래대금 중 국채는 64.1%인 4695조원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통화안정증권 1491조원, 은행채 394조원, 특수채 373조원, 회사채 195조원, 기타 금융채 120조원, 자산유동화증권(ABS) 32조원, 지방채 20조원 등 순이었다.
채권 시장이 활황일 동안 증시는 얼어붙었다. 지난해 주식 거래대금은 1648조원으로 2008년(1596조원) 이후 최저치였다. 2009년 1997조원, 2010년 1894조원, 2011년 2260조원 등 전반적으로 증가하던 추세가 완전히 꺾이고 추락했다.
채권과 주식의 상반된 움직임은 불황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인 채권 등으로 갈아탔다.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푼 돈도 채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특히 우리 국채는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액도 지난해 391억 달러(약 41조6000억원)로 2011년 297억 달러보다 31.6% 증가했다. 최대 규모다. 2003년에는 100억 달러도 안 됐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활황을 경계하고 있다. 국채 등으로 돈이 몰린다고 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좋아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1월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채권 중에 잔존 만기 2년 이하 단기채가 64.7%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1년 51.17%보다 10% 포인트 이상 늘었다.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는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한 장기적 펀더멘털(경제기초)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계 외화채권 중 내년에 만기를 맞는 채권은 288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상황은 발행 금리 급등 등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등을 돌리면 금융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