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대학생 전환대출… 저금리 갈아타기 2.3% 그쳐
입력 2013-01-06 22:14
고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아 ‘이자폭탄’에 허덕이는 대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청년·대학생 전환대출’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전환대출은 연 20% 이상 금리로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에서 받은 대출을 연 6.5% 수준의 저금리로 바꿔주는 제도다. 하지만 약 11만명으로 추정되는 고금리 대출 대학생의 2.3%에 불과한 2500여명만 혜택을 받는 데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학생 부채부담 완화 의지를 밝힌 만큼 더 많은 대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11월 청년·대학생 전환대출의 실적이 171억100만원(2506건)이라고 6일 밝혔다.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해 6월 대학생 전환대출 시행을 앞두고 “대학생들의 기존 고금리 채무 3000억원을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3년간의 보증지원 목표가 2500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6개월 동안 최소 400억원은 지원돼야 했다. 하지만 정작 목표 달성률은 41%에 머물렀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실적이 저조하자 지난해 8월 ‘29세 이하’였던 나이 제한을 폐지했다. 전환대출 대상 대출용도에 ‘생계비’도 추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 달간의 반짝 효과에 그쳤다. 대학생 전환대출 실적을 월별로 보면 지난해 9월 34억7500만원(516건)에서 10월 31억3000만원(455건), 11월 26억2200만원(381건)으로 건수와 금액이 모두 하향세다.
금융당국은 홍보 부족, 기존 전환대출 상품으로 수요 일부 흡수 등을 실적 저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환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대학생이 여전히 많고, 수혜 대상이더라도 보다 유명한 전환대출 상품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바꿔드림론’을 먼저 찾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다르게 본다. 장기 연체가 있으면 전환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학생 전환대출은 신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90일 이상 연체가 없는 고금리 대출 대학생만 신청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연체가 있는 대학생에게도 전환대출을 쉽게 해주면 무책임한 제2금융권 이용이 양산되는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은 “높은 이자를 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정도라면 굳이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았겠느냐”며 “대출조건이 현실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