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차기정부에 잇단 유화 제스처… 신년 경축공연서 남북정상회담 사진·통일노래 등장
입력 2013-01-06 19:46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육성 신년사’에 이어 잇따라 차기 정부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뜻 북한에 화답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한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이후에도 북한 매체에서 통일과 민족 화해에 관한 내용이 부쩍 늘어났다. 북한의 대표적 악단인 모란봉악단 공연에 통일이 새로운 소재로 등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모란봉악단의 신년 경축공연 ‘당을 따라 끝까지’를 소개하며 “여성중창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 6·15’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등은 공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고 보도했다.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 음악회에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가 여러 곡 선보인 것은 이례적 일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간 각종 행사에서 자주 불렸다. 심지어 지난 1일 김 제1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관람한 모란봉악단 공연에서는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2000년과 2007년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이 여러 차례 나왔다.
노동신문은 5일 김일성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의 유훈인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는 글을 실었다. 신문은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족 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 제1위원장이 선대 유훈을 받들어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주민에게 심는 한편 남한 차기 정부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인수위는 지금이 대북 정책의 ‘틀’을 짜기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북의 행태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6일 “남북 중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가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며 “북한의 제스처는 차기 정부 하에서 주도권을 자신들이 장악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인수위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변수도 고려하면서 ‘속도전’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약했던 부분은 이전 정부(노무현 정부)의 정책으로 보완하면서 지난 10년간의 대북 정책을 통합적으로 가져가려 한다”며 “인위적으로 (남북관계를) 몰고 나가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