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막는 입양특례법] 개정 입양특례법 대안은… “정부가 친부모 정보 비공개로 관리해야”
입력 2013-01-06 19:31
입양된 아이가 친부모를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개정된 입양특례법 때문에 왜 아이들이 버려지는 걸까. 법이 우리나라의 입양 문화와 현실을 모르고 제정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입양 당사자는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친부모, 양부모 그리고 입양아동. 입양특례법은 그동안 소홀했던 입양아동의 권리강화를 위해 지난해 8월 5일 개정됐다.
개정된 법은 입양될 아이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했다. 출생신고 없이 관행적으로 입양이 진행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출생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길 꺼려 하는 친부모와 양자에게 입양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양부모들의 이해가 맞물렸던 결과다. 때문에 입양아동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뿌리를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입양특례법은 이런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로 개정됐다.
그러나 현실은 취지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출생기록을 남기기 싫어하는 친부모는 아이를 입양 보낼 길이 막히자 아예 아이를 버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역으로 입양기관들에 입양의뢰 건수는 법 시행 이후 반토막이 났다. 입양기관 관계자들은 불법입양과 아동유기로 그 빈 부분이 메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입양의뢰자의 대부분(지난해 기준 93.8%)인 미혼모들의 ‘기록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아이가 호적에 올려지더라도 입양이 빨리 이뤄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입양되는 순간 아이의 호적이 친부모에서 양부모로 옮겨진다. 친양자 확인서를 통해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친양자 확인서는 친부모·양부모·입양아동 당사자만 절차를 거쳐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입양이 지연되거나 성사되지 않는 경우다. 입양이 성사될 때까지 아이의 이름을 호적에 올려둬야 하는 미혼모로서는 부담스런 일이다. 아이가 저체중이거나 아팠던 적이 있으면 기간은 더 길어진다.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입양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입양이 안 돼 고아원이나 특수시설로 가게 되는 아이들은 계속 미혼모의 호적에 남게 된다. 아이의 입양을 확신할 수 없는 미혼모들은 그래서 출생신고를 부담스러워한다.
입양기관 관계자들은 입양특례법이 입양아동의 친부모 알 권리와 미혼모들의 비밀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은 “입양아동과 미혼모들의 권리를 지키는 데 굳이 출생신고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친부모와 관련된 정보 등을 법원과 같은 기관이 비밀리에 관리하고, 필요할 때 입양 당사자들에게만 동의를 거쳐 공개한다면 미혼모들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