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자살로 본 한국교회의 역할은… 교회가 먼저 ‘힘겨운 손’ 잡아줘야

입력 2013-01-06 20:12


6일 오전 최진실씨의 전 남편 조성민씨가 자살함으로써 2008년 최진실씨, 2010년 최씨의 남동생 진영씨에 이어 가족 3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 주일 아침 날아든 이들 가족의 비극적 소식은 국민에게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다반사가 된 한국사회에 이 사건은 자살에 대한 새로운 예방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정한 행복과 올바른 삶을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내몰리는 개인을 사회가 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은 “유명한 스타라도 화려한 영광 뒤에 오는 고독이 있게 마련”이라며 “그러나 주변에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신산철 기독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자살에 이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좌절감과 상실감 때문이며 한 가족이 같은 방법으로 죽음에 이른 것은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회 공동체 또한 마찬가지다.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장은 “자살한 연예인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라면서 “왜 크리스천이 자살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그만큼 개인 문제와 아픔, 고민, 갈등을 해소시켜 주거나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교계에서 자살문제가 본격 공론화된 계기는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씨 자살사건, 그가 출석했던 교회에서 장례예배가 치러졌고 교계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대부분 한국교회는 ‘자살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통념에 따라 자살문제를 외면해 왔다. 그러다보니 교인가정에서 자살자가 생겼을 때 교회가 장례조차 치러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자살은 그 자체로 생명을 잃는 비성경적 행위이지만 남아 있는 가족을 심한 고통 속에 몰아넣는 행위이기도 하다. 자살자가 생전에 남겼던 암시를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 ‘가족이 죽게 내버려뒀다’는 사회적 편견 등에 시달리다 못해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자살자 1명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평균 6∼8명에 달한다. 자살자 수가 하루 평균 43명인 점을 감안하면 매일 수백 명이 헤어나기 힘든 아픔을 갖는 셈이다. 정부나 교회에서도 자살예방 대책을 시행하는 등 자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 연희동에서 자살하려는 이들을 위한 ‘마음쉼터 위드하우스’를 운영하는 정진(서울 서대문교회) 권사는 “사랑과 섬김으로, 말씀과 기도로 함께하며 상실감이 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역이 필요하며 바로 이것이 한국교회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