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당선인 소통방식 우려스럽다
입력 2013-01-06 18:32
인사권 행사하면서 국민에게 설명 않는 것은 결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논란 가운데 하나가 소통능력이었다. 오랜 기간 청와대에서 생활한 성장 과정과 독불장군식 정치 스타일을 우려한 것이다. 여기에다 업적을 내고도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해 감점을 받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다. 박 후보 역시 선거유세를 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뀐 이후부터 불통(不通) 모드로 바뀌었다. 당선 직후 방송3사가 마련한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국민통합대통령, 국민행복실천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침묵에 들어간 지가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쪽방촌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 당선인으로서의 비전이 담긴 메시지는 들을 수 없었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통의 대표적인 경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과정이다. 지난달 27일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원장과 특별위원회 위원장 임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인사 내용이 담긴 봉투를 뜯어 읽기만 했다. 마치 왕조시대 임금의 교서를 받드는 모양새로 인해 유권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모양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결례는 4일에도 재현됐다. 인수위 브리핑룸에 나타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과 인수위 9개 분과의 간사 및 위원 이름을 읽고는 질의응답 없이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새 정부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인사인 만큼 배경설명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과거급제자 명단을 공개하듯 발표할 바에는 각 언론사로 팩시밀리 한 장 넣으면 될 일을 뭘 그리 거창하게 브리핑룸까지 사용하는가.
지금까지 소통 과정에 난맥상을 보인 것은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서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장이나 대변인과 인사를 놓고 충분히 토론하거나 협의하지 않으니 그들이 설명할 자료가 없었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대변인이 공식 설명은 하지 않은 채 “가감하거나 해석을 붙이지 말고 그대로 써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관제언론의 망령을 연상케 한다. 인사라는 것이 당선인의 고유 권한이고 그 책임까지 당선인 몫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결정하고 당신들은 따르시오” 식의 일방통행은 위험하다.
문제의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등장하는 윤창중 대변인 건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야당의 비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한 인사라는 말이 매일 나온다. 상처투성이의 입으로는 제대로 말을 못한다. 그것은 당선인의 불통 이미지로 이어진다. 윤 대변인은 지금까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한번도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하고 뭉갰을 뿐더러 새 정부의 아이콘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만일 윤 대변인을 계속 쓰고 싶다면 그를 발탁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