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발자취 파노라마로 엮는다… 김환기 화백 탄생 100주년 릴레이 기념전
입력 2013-01-06 18:03
국내 근·현대 화단에서 김환기(1913∼1974)만큼 한국적인 정취와 세계적인 조형미를 갖춘 작가도 드물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이 ‘국민화가’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인지도가 국내에 국한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김환기는 일본 프랑스 미국 등에서 활동하며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 국제적이다.
최근 국내외 메이저 경매에서 그의 작품이 억대를 호가하며 잇따라 낙찰되는 것도 작가의 유명세를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이 5가지 테마로 연중 릴레이 기획전을 마련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는 김환기의 예술인생과 작품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예술세계는 크게 도쿄시대(1933∼37), 서울시대(50년대 중반까지), 파리시대(50년대 후반), 뉴욕시대(1963∼74년 작고)로 나눌 수 있다. 일본대학 미술학부를 다닌 도쿄시대에는 입체파 등 서양미술을 접했고, 1937년 귀국한 뒤엔 서울대와 홍익대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56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그는 3년 후 귀국했다가 63년부터는 미국 뉴욕에서 살다 74년 세상을 떠났다.
전시는 작가의 파노라마 같은 삶의 여정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20일까지 열리는 ①‘김환기와 한국의 美-점·선·면의 울림’은 ‘항아리’(1956) 등 김환기의 작품을 중심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의 목가구와 한국자수박물관의 조각보를 함께 소개한다. 전통 목가구와 조각보들로부터 ‘점·선·면’이라는 조형언어를 추출해 이러한 요소들이 김환기의 예술세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살펴본다.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②‘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환기의 대표적인 유화 작품과 더불어 조형적 영감을 제공했던 자료를 전시한다. 70년에 제작된 ‘어디서 무엇이…’는 김광섭(1906∼1977) 시인의 시 ‘저녁에’ 한 구절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그림뿐 아니라 각종 아카이브를 전시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이어 6월부터 8월까지 열리는 ③‘랑데뷰-문학과 미술’에서는 일본 유학 시절과 광복 전후 그리고 서울과 파리, 뉴욕시대에 이르는 동안 김환기가 만난 문인들을 발굴 전시한다. 김광섭 시인을 비롯해 ‘근원수필’의 김용준, ‘버리고 싶은 유산’의 조병화, ‘정당한 스파이’의 최정희, 부인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김향안 등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자료집 발간 등 이벤트를 벌이는 ④‘그림에 붙이는 시(詩)-김환기 카탈로그 레조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석난희 정문규 문미애 한용진 등 김환기 이후 한국 추상미술 2세대들의 작업현황을 짚어보는 ⑤‘인연-사제동행’을 연다.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한국미술을 빛낸 그의 예술세계가 관람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02-391-770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