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새해 결심

입력 2013-01-06 17:55


신앙을 처음 접했던 청소년 시절, 하루는 교회 선생님이 천국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천국은 성도들이 밤낮으로 예배를 드리는 곳이라고 했다. 그 당시 한 시간의 예배시간도 고역이었던 나에게는 밤낮으로 예배를 드리는 곳이 천국이라는 말은 혼돈과 실망 그 자체였다. ‘과연 그 천국에 가야만 할까?’ 이것이 그 당시 나의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 혼돈과 실망이 그야말로 ‘소망’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예배가 무엇인지를 다시 발견하고 난 뒤였다. 워렌 위어스비는 ‘예배의 본질은 경이감’이라고 했다. 경이감이란 쉽게 말하면 ‘놀라고 감탄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오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감동을 받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배는 하나님과의 대면이므로 하나님과 대면한 자는 감탄과 경이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통찰이다.

한번은 호주 남부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나는 좀처럼 경치를 보면서 감동을 받지 못하는 편인데, 호주 남부 지역의 일명 ‘12사도’라는 바위들 앞에 섰을 때였다. 자연 그대로의 웅장한 바위가 절벽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말 그대로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잠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압도하는 장관 앞에서 나는 그만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 순간 ‘지루함’이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는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것은 감탄이었고 경이감이었다.

예배를 다시 생각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예배의 본질이 감탄이요 경이감이라고 했던가. 만약 창조주의 솜씨의 아주 작은 일부분 앞에서 내가 잠시 할 말을 잃고 황홀했다면 장차 그 창조주의 영광과 아름다움의 하이라이트 앞에 설 때 나는 과연 얼마나 더 놀라고 충격을 받을까. 왜냐하면 예배는 하나님과의 대면이요 천국은 예배하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지금 현재 땅에서 드리는 예배가 전혀 새롭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너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산다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 편지’에는 선배 마귀가 후배 마귀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인간들은 우리의 원수인 하나님의 소름끼치는 광채, 우리 ‘마귀’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그 영광의 광채를 잘 알지를 못한다. 앞으로도 절대로 인간들이 이것을 알지 못하게 하라.’ 우리는 혹시 속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해를 시작하면서 나는 목회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좋은 예배자로 서기를 다짐했다. 매주 드리는 예배를 내 생애 최고의 예배로 드리겠다고 결심했다. 그 순간은 일생의 최고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께 최고의 영광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회의 한 해 표어를 ‘최고의 예배, 최고의 순간, 최고의 영광’으로 만들었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