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나니 더 궁금해! ‘라이프 오브 파이’의 비밀… 실감나는 호랑이 연기, 3개국 CG 합작품
입력 2013-01-06 22:21
이안(59) 미국 감독의 새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가 새해 첫날 개봉돼 상영 중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작은 구명보트에 호랑이와 단 둘이 남게 된 소년이 겪은 227일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 한마디로 놀랍다. 최고의 3D 기술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믿음과 희망에 관한 깊은 울림을 던져준다. 2006년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매력적인 동명 원작 소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가히 걸작이라 할 만하고, 3D 영화로 보기를 권한다. 이 영화에서 3D는 스크린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는 느낌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동만큼이나 궁금증이 밀려든다.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한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밤과 낮이 황홀하게 바뀌고, 은빛 날치 떼가 습격하고, 때론 거센 파도가 치는 태평양은 세트일까. 주인공 파이 역을 맡은 처음 보는 배우는 누구일까. 그 궁금증을 파헤쳐본다.
#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 탄생기
리처드 파커는 소년 파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동물원에 있는 야생 벵갈 호랑이. 파이 가족과 캐나다로 떠나던 중 폭풍우에 휩쓸려 파이와 함께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영화에 실제 호랑이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구명보트에 있는 장면은 상당부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다.
제작진은 리처드 파커를 실감나게 만들기 위해 실제 호랑이를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호랑이의 움직임과 표정, 행동 습관들을 파악하고 연구했다.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멋진 수사자 ‘아슬란’을 만들었던 미국인 빌 웨스튼 호퍼가 이끄는 시각효과팀이 거짓말처럼 사실적인 호랑이를 만들었다.
동물적인 본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벵갈 호랑이를 전혀 의인화하지 않고 야생이 그대로 묻어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리처드 파커 한 마리를 위해 미국 인도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술팀이 총 동원됐다. 털 작업에만 15명의 기술자가 참여했을 정도다.
# 파이 역은 3000대 1의 경쟁률 뛰어 넘은 신인
이안 감독은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인도 전역을 뒤졌다. 6개월 동안 3000여명이 지원한 오디션을 통해 델리에서 당시 17세 소년 수라즈 샤르마(1993년생)를 만날 수 있었다. 최종 오디션에서 보여준 샤르마의 심오한 독백 연기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기 경험은 전혀 없었고 건축가가 꿈인 앳된 고교생. 하지만 감독은 그에게서 영화에 대한 직관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촬영이 물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수영은 필수. 하지만 샤르마는 수영을 할 줄도 몰랐고 바다를 본 적도 없었다. 3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이 시작됐다.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 실제 촬영에서 대역 없이 수중 연기를 펼칠 정도가 됐다.
또 다른 미션은 체중 조절. 파이가 바다를 표류하면서 점점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76㎏에서 60㎏까지 감량했다. 바다에서의 생존 기술을 익히는 것도 필요했다. 실제 자신의 76일간 표류기를 담은 ‘표류’의 미국 저자 스티븐 캘러핸의 도움으로 샤르마는 바다낚시와 돛 제작, 식수 구하기 등 기술을 습득했다.
#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수조가 태평양이 되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키워드는 태평양. 거대하고 정교한 인공수조가 필요했다. 감독은 할리우드가 아닌 고국인 대만의 옛 수이난 공항 자리에 세트를 지었다. 깊이 3m에 300만ℓ의 물이 들어가고 150마력으로 움직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조가 건설됐다. 12개의 송풍기 모터가 장착돼 있어 진짜 파도를 만들어내는 기능까지 있다.
수조의 최대 장점은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기상요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종류의 파도와 폭풍우를 연출해 변화무쌍한 바다를 표현했다. 한낮의 뜨거움, 장관을 이루는 일몰은 실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촬영했다. 파이 가족이 탄 ‘침춤호’가 난파되는 장면에서만 CG기법이 활용됐을 뿐이다.
미어캣이 사는 신비의 섬도 타이완에서 찍었다. 켄팅국립공원에 있는 반얀트리 군락에서 최첨단 기술력을 동원해 밤과 낮이 다른 신비한 섬을 그려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