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는 리처드슨 前주지사 “케네스 배 억류 이슈화할 것”
입력 2013-01-05 12:21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함께 이달 중 방북할 예정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억류 문제를 이슈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4일(현지시간) CBS방송의 ‘디스 모닝’에 출연해 “미국 시민권자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언급하며 “그의 아들로부터 그가 석방되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구글 차원의 여행도 아니다”면서 “그(슈미트 회장)는 내 친구로 외교 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여행 목적은 개인적이고 인도주의적”이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정부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국무부가 두 인사의 북한 방문 시점을 두고 적절하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를 밝힌 직후 나온 반응이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들은 미국 정부 당국자와 동행하지 않는다. 우리(정부)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솔직히 우리는 (방북) 시점이 특별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행동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비공식적으로 여행하는 것이고, 민간인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눌런드 대변인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두 사람의 방북 계획이 불거진 데 사실상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이 논의되는 상황임을 고려해 문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리처드슨 전 지사는 “국무부가 약간 과민해하는 것도 이해하며, 국무부 요청에 따라 방북 시점을 애초 12월에서 늦춘 것”이라고 방문 시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과 슈미트 회장 등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미 간 다양한 현안을 협상하기 위해 방북했던 경험이 있는 미 정치권의 ‘북한통’이다. 그는 방송에 과거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을 도운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측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슈미트 회장, 리처드슨 전 지사 일행과 미 국무부 사이에 방북 시점을 놓고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