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朴 의중 실린 이동흡 지명 철회 파상공세
입력 2013-01-04 19:43
법조계 출신인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4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임명된 걸 보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보수의 아이콘(대표적 인사)들을 곳곳에 심어 넣기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등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렇게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이 박 당선인 의중을 반영한 인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가 대구 출신이고 경북고를 나와 전형적인 대구·경북(TK) 인사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박 당선인의 다른 인사에서도 보수 편향 또는 영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박 당선인의 사실상 첫 임명직 인사인 이 후보자부터 낙마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박기춘 원내대표부터 그렇다. 그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위헌 결정 때 합헌 의견을 낸 점, 친일재산 환수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에서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점 등을 들며 “이런 분을 후보자로 지명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분은 통합형 인사도 아니어서 박 당선인 생각과도 완전히 배치된다”며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청문 절차에서 모든 것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청문 과정에서 임명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박 당선인과 동향 출신이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헌재소장은 통상 출신지를 서로 달리하는 관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불문율이 깨져 야권이 더 반발하고 있다. 1987년 개헌 이래 6번의 대법원장, 4번의 헌재소장 임명이 있었지만 대통령과 동향 인사는 한번도 없었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지역·성별·이념균형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오직 자신의 국가관과 가치관을 옹호할 대리인을 뽑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야당에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임기 내내 계속 밀릴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취임 초반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야권이 존중해주는 ‘허니문 기간’이 이번에는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