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외치던 여야, 외유성 예산은 늘렸다

입력 2013-01-04 19:43

여야가 대선 과정에서 올해 경제가 어려운 만큼 정치권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급하지 않은 ‘외유성’ 예산은 늘린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지난 1일 국회에서 통과된 2013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보면 국회의원 외교활동 예산은 59억560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정부안에는 58억5600만원이 배정됐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1억원이 갑작스레 증액됐다. ‘스포츠 친선교류’가 증액 사유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의원 외교활동에 대한 평가’와 ‘상임위원회 외국방문 예산의 효과성’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상임위 운영지원 예산에 외국방문 예산 13억원이 편성돼 있는데 의원 외교활동 예산에도 같은 명목으로 4억2300만원이 편성돼 중복이라는 것이다. 예산 조정이 필요했지만 여야는 의원 외교활동 예산을 삭감하기는커녕 되레 늘렸다. 정부는 예산안을 제출하며 의원 외교활동에 객관적 외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첨부하기도 했다. 그만큼 부실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날 현재 ‘외유’ 중인 국회의원은 예결위, 교육과학기술위, 정무위,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20여명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이철우 원내대변인, 김도읍 원내부대표도 지난 2일 9박10일 일정으로 중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의원 외교활동 일환의 해외출장이라고 말하지만 일정에는 관광지도 분명히 끼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도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새해 예산안 처리 뒤인 1월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관례화돼 있다. 상임위 절반이 외국에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결위원 9명 등 해를 넘겨 이달에 해외출장을 떠난 경우 국가재정법상 불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회계연도(2012년 1월 1일∼12월 31일)에 출장 갈 것처럼 국회 사무처에 신청해 예산을 받아 놓고 올 회계연도에 떠난 것은 불용예산(회계연도에 쓰지 못해 국고로 귀속되는 예산)을 써버린 불법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전년도 예산으로 1월 중 출장을 가려면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산 이월이 가능하다.

아울러 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첨부되는 부대의견서에 지역구 민원 해결용 조항을 무더기 반영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 민원성 부대의견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 예산으로 여야는 615억원을 새로 편성한 것도 모자라 부대의견서에 국고지원(총 사업비의 24%) 조항을 집어넣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