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너무 추워… 거리로 내려온 등산용품
입력 2013-01-04 19:45
4일 출근길. 며칠째 지속된 한파 탓에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종로3가역 구간에는 노랑, 빨강, 파랑 등의 등산용 방한 다운재킷을 입은 남성 승객들로 붐볐다. 양복 위에 코트 대신 등산 재킷을 걸친 김승환(53)씨는 “겨울 종주 산행을 위해 구입했던 보온 재킷인데 너무 추워 입었다”며 “멋을 낸답시고 괜히 떨고 다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기록적 한파가 몰아치면서 일상 옷차림도 달라지고 있다. 혹한기 산행에서나 입는 방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도심을 누비는가 하면 미끄럼 방지용 아이젠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등산 전문쇼핑몰인 ‘오케이아웃도어’의 베스트셀러 1∼10위는 모두 방한용 재킷이 차지했다. 인기 있는 상품은 다운재킷으로 옷깃 안쪽에 기모 안감을 덧댄 제품이다. 쇼핑몰 관계자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기능성 등산용 의류를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쇼핑몰은 ‘목토시’ 또는 ‘넥 게이터’라 불리는 제품도 인기다. 목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해 목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게 장점이다. 보온용 귀마개도 많이 나간다. 프레임이 없고 귀마개를 그대로 귀에 꽂아 착용할 수 있다. 머리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눈길 겨울산행의 필수 장비인 아이젠까지 도심형 상품이 등장했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산행용을 일부 변형한 것으로 금속 스파이크나 미끄럼방지 고무를 덧대서 빙판길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격은 1만원대 제품이 많다.
등산용 방한용품은 경찰관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관내 주요 정부기관이 많아 경비 근무가 잦은 서울 종로경찰서 경찰관 대부분은 웬만한 아웃도어 용품 하나씩은 갖고 있다. 경찰서 관계자는 “몇 시간씩 밖에서 근무하려면 기능성 옷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패션을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 사이에선 겉옷 안에 입는 ‘라이더재킷’이 유행이다. G마켓에선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밖에서는 코트나 털 재킷 안에 입고, 실내에선 라이더재킷만 입는다. 치마 입는 여성을 위해 모피나 털이 달린 레깅스까지 등장했다.
군용 아이템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군 경험이 있는 20∼40대 남성들이 보온내피인 ‘깔깔이’를 비롯해 내복, 핫팩, 장갑 등을 많이 찾는다. 깔깔이는 단추 대신 지퍼로, 허리와 손목에는 밴드처리가 돼 있어 바람 차단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찾는 이유다. 군인용품 전문쇼핑몰인 ‘군인누리’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군용제품이 더 따뜻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