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개정 후 실태… 인터넷서 ‘아기 거래’ 불법입양, 보육원엔 버려진 아기들 급증

입력 2013-01-04 22:52

서울 남현동 상록보육원의 부청하(69) 원장은 최근 갑자기 늘어난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평소 6개월에 2명 정도 버려진 아이들이 들어왔는데, 지난해 8월 이후에는 7명이나 보육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새로 온 아이들의 연령대도 크게 낮아졌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채로 보육원에 들어오는 영아들이 많아져 늘어난 기저귀 값과 분유 값을 감당하는 것도 버겁다고 했다.

부 원장은 4일 “3세 미만 아동들은 분유와 기저귀 등이 더 드는데도 오히려 예산은 3세 이상 아동 보다 적다”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데, 먹는 것이라도 잘 해주고 싶어 신경 쓰다 보니 늘 적자에 허덕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의무화된 출생신고 및 가족관계 신고를 꺼리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져 입양 건수는 크게 줄었다. 새 가정을 찾지 못한 채 보육원이나 고아원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아동을 제외하고 버려진 아이는 총 69명이었다. 한 달 평균 3명꼴이던 숫자가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배 이상 늘었다. 8월 이후 매월 6∼10명이 길거리에 버려졌다. 여기에 장애아동까지 포함하면 버려진 아이는 훨씬 더 많다. 센터 관계자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미혼모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도망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버려진 아이들은 시립 아동복지센터로 보내지고, 임시 보호를 거쳐 보육 시설로 옮겨진다.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버려진 아이들이 보육시설에 장기간 방치될 수 있다.

한 시설 관계자는 “버려지는 아이들은 많아지고, 입양되는 아이가 적어지면 시설들이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을 선호하는 나이는 3세 미만이다. 공개 입양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SOS지역아동복지센터 한 관계자는 “입양 부모들은 자신들이 직접 낳은 것처럼 숨길 수 있는 입양을 원하기 때문에 영아를 선호한다”며 “입양이 늦어지면 아이들은 그대로 보육 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설 관계자는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인 8세가 입양 마지노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신원을 숨기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미혼모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 센터 관계자는 “미혼모들이 신원노출을 꺼리게 되면서 불법 낙태 시술을 받거나, 출생 등록을 하지 않고 몰래 키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기되는 장애아동이 생각보다 늘지 않았는데, 이는 임신 중 양수 검사 등으로 장애 여부를 확인한 뒤 불법 낙태 시술을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음성적인 아기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남자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미혼모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법이 바뀌어서 입양을 하면 서류에 올라가게 됐다. 그게 꺼려져 입양을 원하는 분에게 인터넷 쪽지를 통해 입양시키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4일 현재 이 글에는 입양을 원한다는 7명의 댓글이 달렸다. 현행법상 인터넷을 통한 입양은 불법이지만 궁지에 몰린 미혼모들이 이런 선택까지 하는 것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