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여행 현금갖고 가세요”… 돈세탁 우려 카드결제 금지

입력 2013-01-04 19:09

앞으로 바티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현금을 두둑이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정부가 교황청의 ‘돈세탁’을 우려해 바티칸의 카드결제 업무를 중단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교황청의 돈세탁 방지 대책을 문제 삼아 지난 1일부로 바티칸의 전자 금융결제서비스 재인가 신청을 반려한 것. 바티칸의 카드결제 업무는 지난 15년간 도이체방크 이탈리아 지사가 담당했는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인가가 필요하다.

현지 소식통은 “바티칸이 돈세탁 규제와 관련된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금융 관련 법제와 적절한 감독체계 등도 갖추지 못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교황청은 “도이체방크와 계약한 업무기간이 끝났을 뿐”이라며 다른 금융기관과 서비스 재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티칸에서 카드 결제가 중단됨에 따라 교황청의 주 수입원인 관광사업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3일(현지시간) 바티칸을 찾은 관광객들이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서는 등 불편을 겪었다고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해 바티칸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500만명으로 박물관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 등으로 교황청이 올린 수입만 해도 9130만 유로(1267억원)에 이른다.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