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공직자 특권 철폐 “일단 합격점”

입력 2013-01-04 19:10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지난 12월 26일 오전 베이징 서역. 베이징과 광저우를 잇는 징광(京廣) 고속철 개통식은 ‘세계 최장 고속철’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꽃, 레드 카펫, 연설, 테이프 커팅…. 중국에서 기념식 때면 으레 등장하는 이러한 것들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출발 선언에서부터 열차가 떠날 때까지 불과 30초 내에 개통식은 끝났다.

“정부 요인들이 방문할 때면 한참 전부터 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막곤 했는데 지금은 달라지고 있어요.” 중국 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집권한 뒤 지난달 4일 허례허식을 철저히 배제한 ‘정치국 분위기 쇄신 8개항’을 선포하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이 조치에 대해 이미 베이징을 비롯한 17개 성·시가 구체적인 행동 준칙을 마련하는 등 동참을 선언했다.

정부 주관 경축일 행사를 줄이고 불필요한 연회를 열지 않는가 하면 회의방식도 효율적으로 바꾸는 등 지난 한 달 사이 눈에 보이는 변화는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의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겠다”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당 간부들의 현장 순시 때면 줄줄이 따르던 인물들이 대폭 줄어든 것만 해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베이징의 경우 고위 간부가 현장 방문에 나설 때 5명 이상 수행하지 못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기념식 등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특히 시진핑이 최근 허베이성 농촌 방문에서 식사 때 ‘반찬 네 가지, 탕 한 가지’를 넘지 말고 술은 차리지 말도록 했던 것도 향후 당 간부들의 현장 방문 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4일 “당시 시진핑이 푸핑현(阜平)현에서 잠잤던 방은 16㎡에 불과했다”면서 “분위기 쇄신 8개항이 시행된 뒤 한 달 사이에 당 중앙 고위층이 솔선수범함에 따라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이 이러한 변화를 선전에 이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가행정학원 주리자(竹立家) 교수는 “당 간부들이 이러한 지침을 계속 지키도록 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자율적으로 이러한 행동강령을 지키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