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자연에서 철들다… 몸도 마음도 쑥쑥 “우린 농촌유학파”
입력 2013-01-04 19:03
농촌으로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토피에 시달리거나 팍팍한 도시의 경쟁적인 교육을 버거워하는 아이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자연 속에서 건강한 추억을 기르기 위해 농촌 유학길에 오르는 아이들이 더 많다.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동 하자센터에선 어른과 아이 100여명이 모여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전라북도가 수도권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진 농촌유학 설명회. 아이들의 농촌 생활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함께 유학센터와 도 관계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의 시선을 잡아끈 사람은 ‘근석 아버지’였다. 그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초등학교 3학년 외아들을 전북 완주군 고산산촌유학센터에 보내 초등학교를 마치게 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간신히 첫 학기를 마친 뒤 그만둘까 망설이던 근석이는 고민 끝에 스스로 한 학기를 더 다니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학기씩 스스로 선택을 하면서 농촌유학기간이 길어졌고 결국 졸업장을 받아들었다. 이제 중3이 되는 근석이는 1·2학년 연속 학급 회장을 맡을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학생으로 변모했다.
2011년 말 기준 전국의 농어촌 유학시설은 모두 20곳이다. 농어촌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이들은 355명, 유학 운영자는 87명이다. 농촌 인구 감소가 폐교 위기로 이어지자 농촌 교육을 살리기 위한 대안들이 모색됐고 도시 아이들을 불러 교육을 시키는 농촌 유학이 탄생했다.
초기엔 아토피나 과잉행동증후군 등 아픈 아이들이 치유 목적으로 농촌을 찾았다고 한다.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2년 정도 농촌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심신을 회복했다. 정서적인 안정 속에서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익힌 아이들은 근석이의 사례처럼 일반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농촌유학을 알아보는 도시의 학부모들이 늘어났다.
아이들은 농가 또는 유학센터에서 살면서 마을 학교에 다닌다. 시설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학기당 50만∼100만원 정도 입주금을 내고 매월 50만∼70만원 정도 생활비를 낸다고 한다. 시골 학교는 마땅한 학원이 없어서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농촌유학을 경험해 본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사 대 학생 비율이다. 이들 시골학교는 교사 1명당 학생은 10명 정도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등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더 없이 훌륭한 환경이다. 여름엔 모깃불을 피우며 밤하늘의 별을 보고, 겨울엔 눈밭에 뒹굴며 또래들과 우정을 쌓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농촌유학 경험자들의 귀띔이다. 마을과 학교도 아이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에 도시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겨울 방학을 맞아 농촌유학 체험 캠프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전라북도 농촌유학 지원센터(www.jbyes.go.kr)나 생태산촌만들기모임(www.sanchon21.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