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맘 풍속도] 육아 스트레스가 뭐죠?… 지금은 ‘스터디 맘’ 시대

입력 2013-01-04 18:41


세 살 된 딸을 둔 김경애(가명·30·여)씨는 임신 6개월쯤부터 우울증을 겪었다. 계획치 않았던 임신이었기에 아이가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김씨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진급 시험에서도 제외됐다. 당초 김씨가 생각했던 계획들이 하나둘씩 어그러졌다. 아이를 낳고 나면 우울증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달랐다. 아이가 잠투정을 하거나 배가 고프다고 울면 아기가 밉기까지 했다. 김씨는 육아 휴직을 내고 아이와 매일 전쟁을 하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김씨가 달라진 건 엄마들과 함께하는 ‘독서 힐링 스터디’를 접하고부터였다. 저비용으로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알게 된 모임이다. 비슷한 또래 엄마들끼리 모여 육아 정보도 공유하고 공부를 하면서 육아 스트레스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모임에 참가하면서 김씨의 우울증은 사라졌다. 김씨는 “또래 아이 엄마들을 만나면서 아이가 내게 축복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육아 스트레스가 대부분의 엄마들이 겪는 일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스터디를 하면서 아이에게 더 애정을 느끼게 됐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책도 함께 소개하는 모임을 하면서 김씨는 최근 아기 사진을 인쇄해 동화책도 직접 만들었다. 김씨는 “매일 집에서 아기와 씨름하며 지냈다면 계속 우울증으로 힘들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스터디’ 모임이 인기다. 김씨처럼 임신·육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친목 모임도 있지만,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지 않도록 자기계발을 하는 모임도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아기맘 영어 스터디’ 모임이 열렸다. 5개월부터 10개월까지 동갑내기 아기들을 둔 엄마들이 영어 공부하는 모임이다. 모임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인터넷 육아 정보 카페를 통해 만난 이들은 경쟁률을 뚫고 스터디 모임에 참여했다. 조건은 아기를 함께 데려갈 수 있는 집이 마련돼야 하고, 비슷한 지역에 살아야 하는 등 꽤 까다롭다. 이 스터디 모임은 모집 공고를 내자마자 바로 마감됐다.

이들 스터디 모임은 취업스터디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일주일에 두 번, 세 시간씩 스터디 모임이 이뤄진다. 이 모임은 문법, 어휘 익히기, 회화, 3분 스피치 등 영어 면접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보다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과제도 많아 밤을 새우기 일쑤다. 7개월 된 딸 연아를 둔 제민희(31·여)씨는 매일 밤 딸 연아가 잠들고 나면 책을 펼친다. 제씨는 “과제가 많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지만, 나중에 아기가 영어를 배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스터디는 룰도 엄격하다. 아기에게 하는 말 외에는 영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날 3분 스피치 주제는 ‘배움(learning)’이었다. 8개월 된 딸 서현이를 둔 이아연(30·여)씨는 “아기들이 첫걸음을 떼기 전 천 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처럼 배운다는 것은 노력이다. 내 아기의 첫걸음을 걷기 위한 노력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노력한다”라며 3분 스피치를 끝냈다.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내년 5월 복직을 하면 대학원 진학도 계획하고 있다.

걸음을 막 떼기 시작한 아기들은 잠시라도 한눈을 뗄 수 없었다. 스터디 모임을 하던 중 10개월 된 아린이가 차를 쏟아서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진실(32·여)씨는 “이런 상황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아이 엄마들끼리 하는 스터디가 아니고서는 아이 안고 공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터디가 아기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의 아기들이 만나서 놀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기들이 질려하는 장난감도 서로 교환하고, 이유식 장을 함께 보고 재료를 나누기도 한다. 이씨는 “스터디를 하면서 내 꿈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공부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으로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