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계열사 감축 옳지만 해고 남발은 안 돼
입력 2013-01-04 18:43
우리나라 재벌들의 고질인 문어발식 확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계열사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대기업집단 62곳의 소속 계열사 수가 총 1791개로 하반기 동안만 60개 줄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자칫 기업정리로 이어져 해고자 증가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다.
계열사 수 감축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한 몸집 줄이기,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자정 노력 등이 그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어찌됐든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을 꾀하고 비주력 분야를 떼어내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어발식 확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수익 다양화를 꾀하고 차세대 수익 창출 목적의 선점투자를 위한 사업다각화는 오히려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재벌들의 사업다각화는 효율성보다 몸집 부풀리기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몸집 불리기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재벌가 빵집 경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사업다각화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을 염두에 둔 첨단투자 기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땅 짚고 헤엄치기식 확장 및 창업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계열사 수 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마땅하다. 몸집 부풀리기 차원에서 시도됐던 계열사 확장은 개발연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와 하루아침에 정리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집단들은 계열사 수 감축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비주력 부문과의 결별이 해당 기업의 청산이나 규모를 줄여 다른 계열기업과의 합병 방식으로 치닫게 되면 인원 감축은 피하기 어렵다. 매각이나 지분관계 정리를 통해 해당 기업이 독립 기업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가능한 한 인원 정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대기업집단의 효율성 제고 노력이 일자리 없애기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