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오늘, 오늘, 그리고 오늘…
입력 2013-01-04 18:26
새해도 벌써 한 주가 지나갑니다. ‘작심삼일’이라는데, 정초면 늘 대단하게 세워보는 한 해의 계획이… 어떠세요? 지금 실행 중이신가요? 저는 올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답니다. 세워 보니 늘 계획대로 되는 삶이 아니어서도, 세워놓고 실천을 못할 것이 실망스러워서 지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새해 아침을 묵상으로 열다 문득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나님께 간구하셨던 주님의 기도가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일용할 양식… 육(肉)의 양식과 영(靈)의 영식을 모두 포함해 우리에게 족한 것은 오늘 하루를 살아낼 에너지원이지 싶었습니다. 마치 광야의 이스라엘에게 매일 내렸던 하늘의 ‘만나’처럼요. 늘 하루치만 거두라 하셨던 하나님께서는 내일도 또 하루만큼의 양식을 약속하셨죠. 그 약속을 믿지 못하고 이틀치 사흘치 욕심껏 거둬들인 곳간은 더러운 벌레들로 가득했다고, 성서는 전합니다.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며 오늘 자꾸 더 거두고 모아두려는 우리들의 계획은 어쩌면 불신앙이지 싶습니다. “내일은 만나가 내리지 않으면 어쩌지?” 그리 염려하고 불신해서 내일의 양식까지 거둬들였던 사람들처럼… 공중의 나는 새와 들꽃도 먹이고 입히시는 하나님이신데 우리는 무엇이 염려되어 내일을 위해 오늘 그리 탐욕스럽고 인색하게 살아가는 걸까요?
어쩌면 신자들의 달력엔 어제, 오늘, 내일이 아닌 오늘, 오늘, 그리고 오늘의 삶이 가득 채워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영과 육의 일용할 양식으로 힘을 얻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며, 그렇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기! 우리의 한 해가 이렇게 알찬 ‘오늘’들로 채워진다면 끝을 모르는 이 탐욕의 세상이 우리의 노력만큼은 비워지겠죠?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