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해피 하우스] 행복 숙제

입력 2013-01-04 18:25


새해를 맞이해 서로 행복을 나누는 덕담으로 한 주간을 보냈다. 새삼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에는 벤 샤하르(Tal Ben-Shahar) 교수의 재미있는 ‘햄버거 모델’이란 이론이 있다. 그는 청년시절 스쿼시 선수였다. 그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훈련하면서 식이요법으로 체력을 보강했다. 결승전을 몇 주 앞두고는 좋아하는 정크 푸드를 멀리하고 철저하게 생선과 닭가슴살, 현미, 신선한 과일과 채소만 먹었다. 그러면서 대회가 끝나면 이틀 동안 정크 푸드를 실컷 먹겠다고 별렀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그는 식당으로 달려가 큰 햄버거 네 개를 주문했다. 햄버거 네 개를 받아들고 식탁으로 오면서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를 듣고 어떻게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황급히 첫 번째 햄버거의 포장을 벗겼다. 하지만 이상하게 햄버거가 입에 당기지 않았다. 한 달 내내 고대하던 음식이 접시에 담겨 있는데 갑자기 그것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왜 그럴까 물끄러미 햄버거를 쳐다보다가 생각한 것이 이른바, 행복 모델 또는 햄버거 모델 이론이다. 그는 햄버거가 네 종류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도 네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고 깨닫는다.

첫째는 ‘정크 푸드 햄버거’다. 이 햄버거를 먹는다면 지금 당장 맛있지만 먹고 나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현재의 이익만을 취하고 미래의 손실에 무관심한 사람이 쾌락주의자이다. 쾌락주의자의 좌우명은 ‘즐거움을 취하고 고통은 피하라’이다. 그들은 현재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그러한 행동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결과는 무시해버린다.

둘째는 몸에 좋은 야채로 만들었지만 맛이 없는 ‘야채 햄버거’다. 야채 햄버거를 먹으면 건강해지는 미래의 이익을 얻지만 맛있게 먹는 즐거움은 포기해야 하는 현재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이 성취주의자다. 성취주의자는 현재보다 미래를 중요하게 여기고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셋째는 맛도 없고 건강도 해치게 되는 ‘최악의 햄버거’다. 이 햄버거를 먹으면 맛을 즐길 수 없는 현재의 손실과 건강을 해치는 미래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이 허무주의자이다. 허무주의자는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서 미래에 대한 목적의식도 없다.

넷째는 정크 푸드 햄버거처럼 맛이 있으면서도, 야채 햄버거처럼 몸에도 좋은 햄버거이다. 바로 현재와 미래의 이익을 모두 보장해주는 ‘이상적인 햄버거’이다. 이상적인 햄버거가 행복한 사람을 상징한다. 해피어는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의미’를 모두 지닌 사람이다.

사람마다 정도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취주의자, 쾌락주의자, 허무주의자 그리고 해피어의 성향을 모두 다 갖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즐거움에만 치중하면 쾌락주의자가, 미래의 의미에만 치중하면 성취주의자가, 이도 저도 아니면 허무주의자가 될 것이다.

행복한 새해가 되기 위하여 우리 모두에게 숙제가 있다. 우선 매일 하는 활동을 기록해서 얼마나 즐겁고 의미가 있는지 평가해보자. 잠자리에 들기 전 몇 분 동안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일기에 쓰고 반성해보자. 예를 들어 미래에 이익을 주지만 당장 즐겁지 않은 활동을 하거나, 의미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활동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아보자. 그러면 행복의 렌즈로 우리 삶을 평가해 좀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성장을 경험할 것이다. 이 숙제가 진부해 보이지만 벤 샤하르 교수가 하버드 대학생들에게 내준 것이다.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