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재식 박사를 추모하며 “늘 약자편에 선 그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3-01-03 22:12


오재식 선생님의 소천 소식을 듣자마자 며칠 전 병상에 계시던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한참 동안 앉아 있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2012년말 까지만 살게 해달라는 선생님의 기도대로 한 해를 꽉 채우고 며칠 더 계시다 떠나셨습니다.

제가 본 선생님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한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소신과 원칙을 존중하셨습니다. 또 삶의 현장에 ‘올인’하며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학생기독교운동과 도시농촌선교, 도시빈민운동과 소외계층권익운동, 아시아원주민 권익운동과 민중운동의 현장에서 몸소 활약하신 분입니다. 선생님은 이론가요 선동가인 동시에 조직의 귀재이시며 실천가로 우리들의 자랑스런 멘토이셨습니다.

선생님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일한 분입니다. 사회운동 조직의 대가인 S.D.알렌스키의 가르침대로 지도자는 뒤에 숨어야 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신 분입니다. 선생님은 이 나라의 평화통일을 이루고자 힘쓴 분입니다. 마치 금기와도 같았던 통일 논의에 물꼬를 트는 대업을 이루신 분입니다.

오는 10월,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게 되면 선생님의 빈자리는 세계의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리더들이 꽉 채우고 함께 추모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갈릴리에 나타나 우리에게 새 소망을 주었듯이 선생님도 우리로 하여금 새 현장으로 나가도록 계속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그토록 바라던 영광의 나라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영생복락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안재웅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