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들 아름다운 ‘재활용품 분리’… 서울 중구청 12명 뜻 하나로
입력 2013-01-03 19:54
서울 중구청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12명이 재활용 작업을 통해 모은 돈 500여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43) 반장은 “우리도 비록 환경미화원이지만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재활용 작업을 통해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김 반장은 오전 6시 구청 본관으로 출근하자마자 바닥의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다른 환경미화원들도 각자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등을 청소하는 등 기본 업무를 마치면 나머지 시간을 쪼개 재활용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초기엔 이런 식으로 재활용품을 모아 팔면 한 달에 10여만원을 벌 수 있었다. 처음엔 이 돈을 환경미화원들의 간식비로 썼다. 김 반장은 “액수가 적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시세가 점점 높아지면서 잘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놓고 병이나 캔,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분리한다. 처음엔 쓰레기더미에서 골라낸 재활용품을 1t도 채우기 어려웠지만 요령이 생기다보니 이제는 2t까지 늘었다. 들어오는 돈이 한 달에 30만원을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쌓아 2010∼2011년 2년 동안 800만원을 모았다. 처음에는 연말에 나눠가질 생각이었지만 김 반장은 “우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몇 푼이라도 벌 수 있으니 아예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자”고 동료들을 설득했다. 이들 중 6명은 한 달에 120시간을 일해 80만원 정도를 버는 기간제 근로자들이지만 모두 흔쾌히 김 반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2011년 80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내놓은데 이어 지난해 모은 585만원도 최근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 보내기’ 행사에 기부했다.
김 반장은 “가끔 우리가 청소를 한다고 무시하거나 욕하는 민원인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서러움이 밀려온다”며 “그래도 우리보다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설움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구청 재활용 처리장에 쓰레기가 들어오면 동료에게 “돈 들어왔다”고 외친다고 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