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화학적 거세’ 첫 명령… 성범죄 판결 기준될지 주목

입력 2013-01-03 19:50

법원이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 시행 후 처음으로 10대 청소년들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에게 성충동 약물치료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3일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표모(31)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성충동 약물치료 3년, 전자발찌 부착 20년, 정보공개 1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바리스타인 표씨는 2011년 11월부터 7개월간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0대 여성 청소년 5명과 여섯 차례 성관계를 갖고 이들의 알몸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인터넷 등에 퍼뜨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표씨는 청소년의 성을 사고 강간했으며 그 장면을 촬영해 협박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은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고 강력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표씨는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고, 성욕과잉으로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된다”며 “약물치료가 표씨의 과다한 성적 환상과 충동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된 표씨는 “성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고, 감정 결과 ‘성도착증(성욕과잉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했다. 이번 선고는 2011년 7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성충동 약물 치료를 명령한 첫 사례다.

현행법상 약물치료 대상은 16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 성도착증 환자 중 재범 위험이 있는 사람이다. 오는 3월부터는 성충동 약물치료가 피해자 연령과 상관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화학적 거세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남부지법 황승태 공보판사는 “성범죄의 강도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법원이 엄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사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북부지검, 대전지검, 광주지검 등 3곳도 법원에 화학적 거세 명령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표씨는 형기 종료를 2개월 앞둔 시점부터 ‘약물치료’가 시작되고, 출소한 뒤에는 3개월에 한 번씩 약물을 주입하게 된다. 출소 후에도 심리치료와 함께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화학적 거세 대상이라도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부착은 면제되지 않는다. 치료명령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보호관찰관이 집행한다. 약물은 ‘루크린’ 등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가 사용된다.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성충동이나 환상을 줄이고 발기력을 저하하는 약품이다.

세계적으로는 캘리포니아주(1997년)를 포함한 미국의 8개 주와 독일(1969년) 덴마크(1973년) 스웨덴(1944년) 폴란드(2009년)에서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