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승연(16)양은 지난달 28일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학원과 도서관을 다녔다. 최양의 부모는 지난해 가을부터 고교 진학을 위해 최양을 영어·수학 토요반 학원에 등록시켰고, 일요일은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부족한 숙제를 챙겼다. 최양은 3일 “주말이면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평일과 똑같이 공부만 했다”며 “이래서는 ‘놀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3월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후 청소년들은 쉬는 시간이 줄고 사교육만 더 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주5일 수업제에 따른 청소년 활동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제도 시행 후 오히려 ‘학교 수업시간’과 ‘학교 밖 공부시간(사교육)’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학교 수업시간을 제외한 평균 공부시간은 평일 2시간59분, 토요일 2시간54분, 일요일 2시간26분이었다. 학교 수업시간도 청소년 39.5%가 ‘놀토 이전에 비해 늘었다’고 했고, ‘학교 밖 공부시간도 늘었다’는 응답이 28.3%였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주말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으로 ‘숙제나 부족한 공부 하기’(19.9%)를 꼽았다 이어 ‘친구들과 놀기’(13.0%), ‘학원 수업받기’(12.4%), ‘컴퓨터(인터넷·게임)하기’(11.5%), ‘잠자기’(10.0%), ‘TV 보기’(9.0%), ‘스포츠 활동’(8.9%) 등의 순이었다.
반면 주말에 원하는 활동으로 ‘친구들과 놀기’(19.8%), ‘여행’(16.6%), ‘스포츠 활동’(12.3%), ‘컴퓨터하기’(9.9%), ‘잠자기’(9.2%) 등을 꼽아 현실과 괴리가 컸다. 대부분 청소년은 자유시간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에서 주5일 수업을 찬성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청소년 3명 중 1명만 학교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참여 계획이 있었다. 또 15%의 청소년이 학교 밖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 중 40.3%는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전국 초·중·고교생 3330명에 대해 우편조사 형태로 이뤄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맹영임 연구원은 “주5일 수업제 도입으로 창의성과 인성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전면 놀토 1년… 더 파김치된 아이들 “토요일은 학원, 일요일은 숙제…공부만 한다”
입력 2013-01-03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