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쇄신” 특위까지 만들며 큰소리치더니… 특권폐지 합의 4개법안 입법실적 ‘0’
입력 2013-01-03 21:46
여야가 지난해 11월 국회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정작 관련 입법 활동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은 19대 국회 개원 때부터 앞 다퉈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결국 ‘쇼’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8월 22일 국회쇄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석 달 뒤인 11월 22일 ‘국회의원 특권포기’ 쇄신 과제로 국회의원의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의원연금) 폐지, 국회 폭력행위 죄 신설,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등 4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사항별 법안이 조금씩 나온 터라 쇄신 내용을 추가해 개정 및 수정법안을 발의하면 됐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법안만 제출하면 국회 본회의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끝내 쇄신법안을 만들지 않았다. 심지어 의원연금 지원금(128억원)은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그대로 통과시켰다.
국회쇄신특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쇄신특위는 입법권이 없어 쇄신법안 초안을 11월 말 관련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로 넘겼다. 그런데 대선 국면에 빠져들면서 운영위에서 다루지 않은 것 같다. 대선 후엔 예산안 처리에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쇄신특위 한 실무자는 “대선과 겹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은 핑계”라며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어서 운영위가 법안 심사만 하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 특히 양당 지도부가 운영위에 포진해 있는데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도 운영위원이다.
입법권 없는 쇄신특위를 구성한 것부터 애당초 쇄신과제 실천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준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 실무자는 쇄신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이 이를 문제 삼아 도중에 간사를 그만뒀고 위원장인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도 실현 가능성에 늘 회의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쇄신 의지가 있었다면 특위에 입법권을 줬어야 했다. 여야 지도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결국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뒷북 대응에 나섰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는 “대선 직후 여야가 이달 중 국회 정치쇄신특위를 설치키로 잠정 합의했다”며 “쇄신특위에서 논의한 국회의원 특권포기 과제는 1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처리하고 정치권 전반의 쇄신과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쇄신특위가 만든 겸직금지 방안만 보더라도 대학교수 출신 현직 의원들이 교수직을 사직해야 하도록 돼 있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얼마나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