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핵심 수혜자는 與野 계수조정 소위 15명… 예산안 졸속처리 주역들

입력 2013-01-03 21:59


밀실 합의 처리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2013년 예산안의 핵심 수혜자들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의 계수조정소위 위원 1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밀실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나 해당 상임위 관련 사업 등에 유치한 예산 규모는 모두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 예결특위 관계자는 3일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한 의원들이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관련 상임위 명목으로 가져간 ‘쪽지예산’ 총 규모가 1조2000억원”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역별 ‘대표 선수’로 뛴 계수조정소위 15명이 이번 예산안 파동의 최대 승자”라고 했다.

쪽지예산은 당초 정부안에는 없는, 의원들이 직접 만들어 끼워 넣는 예산을 말한다. 정부가 만든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깎는 게 51명 예결위 전체 위원들의 임무라면, 깎아서 남은 돈을 지역구 민원 등으로 배분하는 역할은 계수조정소위 위원이 맡는다.

이 때문에 계수조정소위는 지역별 담당제로 운영된다. 새누리당 소속 8명 중 나성린 의원은 부산, 류성걸 의원은 대구, 권성동 의원은 강원도 담당 이런 식이다. 민주통합당 7명 역시 인천 담당 홍영표 의원, 전북 담당 박민수 의원, 전남·광주 이윤석 의원 등이다.

이들에게 맡겨지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들의 지역구와 관련 높은 사업에 우선 배분되기 일쑤다. 경북 영주가 지역구인 장윤석 위원장은 2일자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예산 심사에서는 영주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규 사업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의 경우 쪽지 예산은 아니지만 이미 정부 예산안에 중앙선 복선전철화 360억원, 영주∼울진 도로 950억원, 한국문화테마파크 59억원, 하수처리장 증설 89억원 등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전남 무안·신안 출신 민주당 이윤석 의원도 “때론 공무원에게 육두문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광주·전남이 정부안 대비 1800억원 증액되는 성과를 올렸다”는 내용의 지역 언론 인터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이런 가운데 장윤석 권성동 김재경 민홍철 안규백 의원 등 계수소위 여야 의원 5명은 예산안 통과 9시간 만인 1일 오후 10박11일 일정으로 중남미로 떠났다. 역시 계수소위인 김학용 김성태 최재성 홍영표 의원은 이튿날 아프리카로 갔다. 명목은 ‘예산 심사 시스템 연구’다. 국비 1억5000만원이 이들의 여행 경비로 투입됐다.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장 위원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공식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서라도 조기 귀국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B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상황에서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금은 성찰과 혁신, 뼈아픈 반성의 시간이다. 불필요한 외유성 해외 출장은 최대한 삼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성규 김아진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