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야스쿠니 방화 류창 日 인도 거절… “정치적 목적 관련성 인정”
입력 2013-01-03 21:50
한국 법원이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화염병을 던진 중국인 류창(劉强·38)을 일본에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황한식)는 3일 “이 사건은 ‘정치적 범죄’로서 한·일 범죄인 인도 조약상 인도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류창은 바로 석방됐으며 중국으로 자진 출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류창의 범행 동기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인식 및 관련 정책에 대한 분노에 기인한 것으로서, 범죄인에게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려 한 동기를 찾아볼 수 없다”며 “범행 목적의 성격 역시 일본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거나 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행 대상인 야스쿠니 신사가 법률상 종교단체의 재산이기는 하지만, 이 신사에 과거 일본국의 대외 침략전쟁을 주도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들이 합사돼 있고,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 각료들이 참배를 계속하고 있는 등 국가 시설에 상응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건 범행과 범죄인의 정치적 목적 사이에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류창을 일본에 인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질서와 헌법이념, 나아가 대다수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방화 사건에 대해 범행 동기 및 목적, 범행 대상의 성격, 범행의 잔학성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일반 범죄’라기보다는 ‘정치적 범죄’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법무부는 “사법부 결정을 존중해 류창을 이날 저녁 석방했다”며 “현재 불법 체류 신분이지만 자진 출국 여부를 확인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창의 변호인은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한 법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며 “류창은 중국으로 돌아가면 광저우에서 본업인 통역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류창은 2011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입구 기둥에 불을 지르고 한국에 입국했으며 지난해 1월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다 체포됐다.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형기를 마쳤지만 법무부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를 결정하면서 다시 수감됐다.
중국은 류창의 범행이 ‘정치 사안’에 해당한다면서 자국 송환을 요구해 왔고,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방화는 중대 범죄”라며 일본으로의 신병 인도를 강하게 요청해 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