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 반대여론 왜 커지나… 정치권 票퓰리즘 탓 택시업계에 혈세 2조 퍼줄 판

입력 2013-01-03 19:18

정부가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이 법안이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택시업계에 매년 1조9000억원을 쏟아부을 돈이 없는 데도 여야는 대선 과정에서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박빙의 대결이 펼쳐진 대선에서 전국 30여만명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구전 홍보력’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3일 “전국의 택시기사들은 승객들을 상대로 상당한 구전 홍보력을 갖고 있다”며 “특정 정당이 택시법에 반대할 경우 그 정당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전파할 것을 우려해 어느 당도 반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택시법이 대중교통 정책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수송분담률이 20∼30% 수준인 버스나 지하철, 기차와 달리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도 없이 운행하고 수송분담률도 9%대에 그치는 택시를 다른 대중교통과 같이 대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수의 시민에게 편익을 주는 버스·지하철과 승객과 운전자 사이의 1대 1 계약관계에 가까운 택시를 동일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지원 금액도 대중교통 환승 할인, 통행료 인하, 공영차고지 지원 등에 연간 1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여야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유가보조금 지원 등을 합치면 매년 1조9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런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택시 종사자들마저 택시법이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아니라 택시 사업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안기정 박사는 “외국에서도 택시를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며 택시를 개별 공공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도 정부가 택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일본에선 택시 과잉 공급 문제가 제기되자 업계가 협의체를 만들어 법인택시를 줄였지만 감차에 따른 정부 보상금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일자 정치권은 “꼭 필요한 경우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지 지원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택시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근본 원인은 택시 대수가 너무 많고 요금이 싼 데 있는 만큼 해결책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수부터 줄이고 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미 1997년 제도가 도입됐지만 택시회사의 비협조로 유명무실한 상태인 택시월급제의 전면 실시가 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영삼 부경대 교수는 “택시 대수를 적어도 10% 이상 줄인 뒤 택시 노동자들에게 사납금 형식이 아닌 전액관리제(택시월급제)를 적용해야 처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