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막는 입양특례법] 법원심사 3개월 넘게 걸리기도… 입양특례법 허점
입력 2013-01-03 21:38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아동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친부모는 입양 전 출생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일주일 간 아기와 함께 지내면서 입양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또 입양 시에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해 국가기관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입양 관계자들도 이런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법 적용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출생신고 의무화다. 친부모는 입양 전에 아기를 일단 호적에 올려야 한다. 출생신고 없이 입양절차를 밟던 예전과는 다르다. 불법입양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현실에서는 출생신고 기록을 누군가 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혼모들이 제도를 외면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3일 “굳이 출생신고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미혼모들의 인적사항 등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은 당사자들이 모두 원할 때만 정보를 열람하도록 비밀유지가 된다면 미혼모들이 지금처럼 입양허가제를 꺼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출산시 병원에서 바로 출생등록이 되지만 관련 서류는 법원에 신청을 해야만 볼 수 있도록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입양을 심사하는 법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후 9개월의 남아를 입양한 A씨(34·여)는 “입양기관에서 한 번 거쳤던 조사들을 법원에서 다시 받았다”며 “아기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새 부모가 될 사람으로서 정말 애타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법원의 심사기간은 이르면 4주, 길게는 3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입양기관과 겹치는 부분들을 간소화해 신속히 아기가 새 가정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원이 요구하는 서류도 일정치 않다.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할 서류에 출석교회 현황서와 친자의 생활기록부, 집에서 자녀와 생활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까지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입양허가를 받기 위해 법정에 나갔다가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했다”는 양부모들도 많다. 홀트복지회 최안여 팀장은 “법원이 입양을 다룰 때 하나의 사건이라는 생각보다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특별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입양을 신중히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법”이며 “꼼꼼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입양시점이 조금 늦어질 수 있지만, 잘못된 입양을 막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