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막는 입양특례법]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 “무조건 호적 강요는 시기상조”
입력 2013-01-03 21:38
‘입양 전도사’로 불리는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54·여) 회장은 요즘 고민이 깊다.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후 아기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지 않고 입양 보낼 수 있는지를 묻는 미혼모들의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3일 “부작용을 우려했는데, 우려한 대로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입양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제도 취지엔 공감하지만 미혼모나 입양 아동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모두 10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 아들만 한 회장 부부가 직접 낳았고 나머지는 가슴으로 낳은 아기들이다. 한 회장은 입양을 한 엄마로서도 이 제도가 안타깝다고 했다. ‘입양허가제’의 방향은 맞지만 때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아기를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이들이 기관을 통해 아기를 입양시키면 이전에는 친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남아 있었지만, 기관을 통한 입양이 어려워진 이들이 아기를 유기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부담이 더 커진다. 한 회장은 “미혼모의 아기가 모두 입양될 수 있는 게 아닌데, 입양 대기 상태로 남아 있으면 계속해서 미혼모 호적에 남게 된다”며 “능력이 안 되는 미혼모에게 부양의 의무가 따르게 되고, 친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가장 심각한 것은 특례법 시행 이전의 아기들”이라며 “오래전에 동의를 하고 입양을 맡겼지만 아직 양부모를 못 만나 입양대기 상태인 경우 친부모를 찾지 못하면 고아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기의 뿌리를 찾아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조건 호적에 올리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입양된 아기가 성장한 후에 자신이 원하면 열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부모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가 입양을 하려는 부모 숫자보다 월등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양부모의 입양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해버리면 오히려 더 많은 아기들이 방치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아기를 낳으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 것이 의무지만, 심정적·현실적으로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도와주는 법도 있어야 한다”며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서 법 때문에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기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