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하는 슈미트 구글회장] 이번에도 거물급… 北에 명분주고 인질 해결
입력 2013-01-03 20:12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자국민이 억류되거나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거물급 인사가 방북해 문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2010년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 국경을 취재하다 억류됐던 로라 링과 유나 리 등 두 여기자를 석방하기 위해 방문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북한은 뉴욕 채널 등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각료 이상의 고위급 현직 관료를 평양에 보내줄 것을 요구했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과 미국의 대결국면이 한창이던 1990년대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었다.
특히 인질협상 전문가로 이번 방북이 10번째에 해당할 만큼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방북단에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는 하원의원 시절이던 1996년 11월 에번 헌지커를 고국에 돌려보내는 등 2차례나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석방에 개입했었다. 그는 2007년 4월에도 빅터 차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등과 함께 방북해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을 논의하기도 했었다.
인질석방은 아니지만 2000년 10월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2차례 회담을 가진 것도 거물급 인사가 개입한 경우다. 당시 한반도의 평화와 북·미 상호대표부 설치 등이 논의돼 북·미관계가 급진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기도 했다. 특히 세계 최고 경제계인사로는 처음인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전격 방북은 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거물급 인사를 파견해오던 기존의 관행을 지켜, 북한을 만족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