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하는 슈미트 구글회장] 北 또 통미봉남 전략

입력 2013-01-03 20:12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미국 국적자여서 원칙적으로 우리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배씨 억류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우리 정부에 이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배씨 구출작전’에 버락 오바마 2기 정부와 관련이 깊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이 참여하게 되면서 정부는 이 문제가 향후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 백악관 인사의 비밀 방북에 이어 또 한번의 비공식적 북·미 접촉에 우리 정부가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외교 소식통은 3일 “북한은 전통적으로 ‘통미봉남’ 전략을 쓰고 있다”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북·미 간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배씨 억류 사태를 계기 삼아 북한이 미국 중심으로 진행 중인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 제재’ 내용이 북한으로서는 최대 관심사일 것”이라며 “대북 제재와 이 문제가 연관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정부는 배씨 억류 사태의 해결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하고 있다. 미국이 ‘특사’를 파견해 억류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전례가 없고, 북한이 배씨를 풀어주면서 오바마 2기 행정부에 ‘생색내기’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배씨의 구체적 혐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배씨 혐의가 예상보다 중해 북한이 의외로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