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하는 슈미트 구글회장] 겉으론 인질석방 속으론 北·美관계 재정립 탐색전?
입력 2013-01-03 20:12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이르면 다음주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3일 알려지면서 방북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표면상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석방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미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서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 로켓 발사 성공 후 첫 탐색전?=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방북단에 포함된 것이 북·미 탐색전의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과 얘기가 통하는 리처드슨 주지사는 그동안 북한 관료 등을 자주 접촉했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지난 12월 ‘은하3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기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배씨 석방을 지렛대로 미국의 의중을 떠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때문에 리처드슨 전 주지사에게 로켓 발사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훈으로 발사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지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으로 본토까지 위협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의 핵심 외교정책인 비확산전략의 큰 틀이 허물어진다는 측면에서 대북 강공책이 아닌 다른 외교적 방향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존 케리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지명된 것도 슈미트 회장 일행 방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대화를 중시하는 케리 의원이 국무장관에 지명된 것을 환영했을 것”이라며 “미국 역시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 민간특사?=일부에서는 슈미트 회장이 차기 재무나 상무장관 후보 물망에 오를 정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을 들며 이번 방북에서 ‘민간 특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고 북한의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파악하는 임무를 부여받지 않았느냐는 것. 하지만 그는 개인자격의 방북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당장의 외교적 부담을 고려해 공식라인이 아닌 민간인 방북을 통해 부담을 더는 모드를 취했을 수도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이제훈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