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하는 슈미트 구글회장] 김정은 신기술 역설… 구글에 투자 손짓 할까
입력 2013-01-03 20:12
북한이 구글 회장의 방문을 받아들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개인적이 방문이라고 해도, 구글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에릭 슈미트의 방북이 북한의 전자통신 산업 분야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실장은 구글이 북한에서 사업을 할 가능성은 없지만 슈미트 회장이 북한을 가기로 했다는 것 자체는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기술에 관심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며 “만약 이것이 북한이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선택한 조치라면 매우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슈미트 회장은 그동안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해 보스턴대학 졸업 축사에서 “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로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면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가 혁명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는 또 디지털 기술의 학교 보급과 빈곤 퇴치 등의 내용을 담은 책 ‘신 디지털시대’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고문을 했던 생크탱크 구글아이디어스의 자레드 코헨 대표와 공동 출간할 예정인 점도 북한 방문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김정은이 1일 발표한 신년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인민 복지 증진을 위한 문화시설을 강조하면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 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 세기 산업혁명’은 곧 과학기술 혁명을 뜻한다. 김정은은 생산공정의 CNC화도 강조했다. CNC는 컴퓨터 수치 제어를 일컫는 말로, 그가 북한의 후계자로 지목되면서부터 등장했다. CNC는 김정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힌다.
북한의 인터넷 접속은 매우 제한돼 있지만, 평양의 조선콤퓨타센타에서 자체 운영체제 ‘삼지연’으로 작동되는 태블릿PC를 개발하는 등 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평양 등에서 운영하는 휴대전화 통신망은 150만명이 넘게 가입했다. 북한은 구글의 이메일과 지도 서비스, 모바일 운영체제 크롬 등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