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큰 택시법… “거부권” 여론 고조
입력 2013-01-03 19:00
정부가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가 재정이 어려운데다 복지 예산도 부족한데 매년 1조9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택시업계에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정부 재정 지원이 택시 근로자 처우 개선보다 택시 업자들의 이익만 키울 수 있다고 많은 국민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거부권 외에는 법안 시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택시법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이 공포하면 6개월 후 시행된다. 이 대통령이 퇴임 전에 헌법상 부여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송분담률이 9%밖에 되지 않는 택시가 버스나 지하철·기차와 같은 대접을 받는 게 형평성에 어긋나고 정치권이 대선과정에서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해 처리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도 택시법이 조만간 국무회의로 넘어오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방침이다.
교통전문가들은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택시업계에 대한 중장기 지원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정부 재정으로 땜질식 처방에 나서는 것보다 택시업계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안기정 박사는 “택시법은 어떻게든 재정지원을 더 받겠다는 택시업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법안”이라며 “감차, 요금현실화 등을 통해 왜곡된 택시업계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 재의를 거쳐야 하지만 국민 여론에 비춰볼 때 택시법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택시법을 처리했지만 여론의 반대가 심하고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굳이 택시법을 다시 통과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