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전철이 눈 온다고 꼼짝 못하면
입력 2013-01-03 18:47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규모 수송 능력을 가진 경전철은 도로망이 취약한 도시에 적합하다. 인구 43만명에 면적 81.60㎢ 규모인 경기도 의정부시도 민자사업으로 경전철을 놓기로 하고 2007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7월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1983년 이후 30년간 10억명 이상의 승객 수송 실적을 가진 독일 지멘스사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안전과 정시운행을 생명으로 하는 경전철이 의정부에서 새해 첫날부터 멈추고 말았다. 한파와 폭설 탓이다. 지난해 7월 1일 개통 이후 11번이나 운행이 중단됐고,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12월 5일부터 최근 한 달을 따지면 5번에 이른다. 시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추운 의정부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열차중단 사태가 앞으로도 빈발할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운영회사 측은 단순한 운영미숙이라고 말한다. 폭설이 내릴 것을 예상하지 못해 열선을 빨리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입 후 처음 맞는 동절기라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다. 또 자그마한 것이라도 이상 징후가 발견돼 열차운행을 중단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승객의 편의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열차나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의정부경전철에 사용된 고무바퀴가 소음과 진동이 적은 장점이 있긴 하지만 혹한기에 대한 시험결과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따라서 서울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많은 전철이 똑같은 조건에서 지상운행을 하고 있는 데도 유독 의정부경전철만 결빙이나 미끄럼에 취약한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전철은 한번 신뢰를 잃으면 승객들의 외면이 이어져 운영에 큰 차질을 빚는다. 더구나 의정부경전철은 최소수입보장제(MRG)를 채택하고 있어 자칫 매년 세금 수십억원을 민간건설업자에게 보전해야 할 불행을 맞을 수도 있다. 당초 예측한 1일 이용객 7만명이 1만5000명 수준으로 줄어든 데서 이런 조짐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